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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공사장' 카타르 해외건설 큰장 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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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현대건설이 카타르 도하에 공사 중인 루사일고속도로 현장. 지하 30m 깊이의 땅을 파내고 양쪽 벽에 물막이 작업을 한 뒤 차량이 지나는 지하터널 등 콘크리트 구조물을 설치하고 있다. [안장원 기자]

지난 10일(현지시간) 카타르의 수도 도하. 도하국제공항을 벗어나자 즐비한 초고층 건물들 사이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크레인들이 눈에 들어왔다. 빌딩들은 원추형, 지그재그 모양, 원통형 등 저마다 독특한 외관을 자랑했다. 개발 붐이다.

 공항에서 북쪽으로 차로 40여 분 달려간 현대건설의 루사일고속도로 펄(Pearl)IC 공사현장. 10여 대의 포클레인이 굉음을 내며 굴착작업을 하고 있었다. 지하 30m까지 땅을 파낸 뒤 흙으로 메워가며 터널을 만들고 콘크리트 기둥을 세워 도로 상판을 얹는다. 이천수 공사총괄담당은 “요즘은 30도 정도, 한여름엔 50도까지 올라가는 무더위 속에서 지하 3m부터 시작되는 단단한 바위층을 뚫어야 하는 난공사”라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국경을 접한 페르시아만의 석유부국 카타르가 해외 건설시장의 효자로 떠올랐다. 경기도 정도의 크기지만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0만여 달러로 세계 2위인 이 나라는 천연가스와 석유로 벌어들인 막대한 돈을 인프라 확충에 쏟고 있다. 중동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2022년 월드컵을 위해서다.

 루사일고속도로는 월드컵 개막전과 결승전이 열리는 메인 스타디움이 있는 루사일신도시와 도하 간을 연결하는 총 15.2㎞의 16차로 도로다. 현대건설은 이 중 루사일신도시와 주요 행정·상업지구인 웨스트베이를 연결하는 6㎞ 구간의 공사를 맡고 있다. 공사금액은 12억 달러(약 1조2800억원)로, 2017년 4월 완공 예정이다. 고가도로·교차로·터널이 많아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현대건설은 이 고속도로 와다IC에 카타르의 랜드마크(대표건물)가 될 이색적인 조형물을 설치한다. 높이 100m, 무게 9000t인 아치 모양의 ‘아트 스케이프’다. 이 조형물에는 지상 40m 높이의 공중에 떠 있는 무게 2000t짜리 ‘비지트 센터’가 매달린다. 영화관·연회장·레스토랑 등을 갖춘 이 센터는 지상과 케이블카로 연결된다. 하영천 현장소장은 “아트 스케이프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공사”라며 “관광명물을 갖춘 루사일고속도로는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탄탄대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타르는 월드컵을 계기로 국가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건축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현대건설이 수주한 고급병원인 하마드메디컬시티(QAHO)가 8월 완공 예정이다. 외래병동·여성병동 등이 들어서는 509병상 규모로, 병상의 80%가 1인실이다. 카타르를 중동의 의료 중심지로 만들려는 포부가 담겨 있다. 현대건설이 짓고 있는 지상 5층의 카타르국립박물관은 사막의 장미를 형상화했다.

 카타르가 현대건설의 해외시장 텃밭인 셈이다. 이 회사는 1979년 국내 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진출해 도하 셰러턴호텔 공사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국내 건설업계 전체가 따낸 168억 달러의 절반에 가까운 78억 달러를 수주했다.

 수주액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월드컵 때까지 2000억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인프라 공사가 발주될 것으로 예상된다. 도로·지하철 등의 토목공사에 이어 호텔·선수촌·리조트 등 건축사업이 기다리고 있다. 해외건설협회는 카타르에서 올해 300억 달러 정도의 공사가 나와 국내 업체들이 30억 달러 정도를 따낼 것으로 보고 있다.

도하=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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