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반경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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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공무원들은 벌써부터 내년도 일반 업무를 어떻게 꾸려 나갈지 걱정이 태산같다.
자주국방·처우개선의 명목으로 사무용품비·수선비·재료비·여비 등 일반 경상비가 뭉텅 잘려나갔기 때문이다.
자주국방을 그만두고 사무용품이나 풍족히 쓰자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봉급인상을 마다할 수는 더욱 없는 노릇이다.
더우기 문제는 관에 경상비가 모자라 쩔쩔매게 되는 경우 그 주름이 일반국민에게 미친다는데 있다.
내년도 예산에 책정된 일반경상비 규모는 2천3백22억원.
올해의 본예산에 책정됐던 2천1백29억원 보다는 9%가 늘었으나 추경예산에 반영된 경상비 2천4백10억원 보다는 오히려 3.7%가 줄었다.
총 세출규모가 29.3%(추경예산대비)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나라살림이 커졌다는 얘긴데 살림비용은 오히려 줄었다니 작은 문제가 아니다.
경상비 삭감내용을 보면 ▲여비를 75년의 32억원에서 20억원으로 12억원 ▲수용비를 68억원에서 42억원으로 26억원 ▲수수료 및 수선비를 25억원에서 19억원으로 6억원 ▲시설비를 18억원에서 15억원으로 3억원을 각각 줄였으며 이밖에 재료비·재산취득비 등에서도 1억여원을 줄여 모두 48억원을 잘라냈다.
잘라내는 방법에도 부처별 사정 등을 고려할 여지도 없이 예컨대 수선비·수수료 등은 작년 예산의 50%, 수용비는 40%라는 식으로 일률적으로 처리해 버렸다는 것이다.
그러는 한편 서정 쇄신비의 적정 계상이라는 원칙에 따라 현실화된 것도 적지 않다.
민폐의 대상이 돼온 경찰서·파출소 등 관서 운영자는 경찰서가 174%나 인상 책정된 것을 비롯 지·파출소가 129.5%, 세무서가 48%, 순찰차량유지비가 47% 인상되는 등 평균 76.3%가 인상됐다.
또 단위단가경비도 급량비가 51.7%, 피복비가 32.6%인상되는 등 평균 52.9%가 인상 조정됐다.
일반경비는 무자비하게 삭감됐으나 서정쇄신과 관계되는 경비는 거의 주무부의 요구를 그대로 반영함으로써 이번 예산의 성격을 명백히 했다.
어쨌든 공무원 봉급의 대폭인상과 교부금의 증액에도 불구하고 경상비의 삭감으로 올해 예산에서 일반경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61년 이래 처음 40%수준을 밑도는 38.7%에 그쳤다(75년 예산도 추경에서는 39.4%로 비중이 떨어진다).
한편 이처럼 막대한 불편을 감수하면서 단행된 봉급인상에도 문제는 있다.
우선 직접 수혜자인 공무원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불만이라는 얘기다.
45%를 인상하고 「보너스」를 1백% 더해 4백%를 준다고 하면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제 어느 정도 혜택이 돌아오는가를 보면 과거 여비로 생계보조비를 지급할 때보다도 못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공무원들이 내년부터 받게될 급여액을 현재와 비교해 보면 이들의 이 같은 불평에 상당한 근거가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4급 갑(6호봉)을 예로 보면 현재 월 급여액이 봉급 3만9천9백10원에 조경수당 1만5천원을 합해 5만4천9백10원을 받는다. 이것은 세금을 공제하지 않은 금액이다.
여기에 연3백%의 「보너스」를 월수로 나누어 가산해도 6만4천8백87원이 된다.
이 사람이 내년에 받게 되는 급여액은 매월 봉급이 45%오른 5만7천8백69원에 조정수당은 그대로 1만5천원이므로 합계 7만2천8백69원이 된다.
여기에 연4백%의 「보너스」를 월수로 환산해도 급여액총계는 9만2천1백59원으로 10만원 미만이다.
늘어난 급여액도 봉급에서 1만7천9백59원, 「보너스」를 포함해 보았자 2만7천2백72원에 그쳐 과거 여비 등을 받을 때보다 크게 나아질게 없다는 얘기다.
이 같은 공무원들의 불평은 현재 받는 급여에 일률적으로 같은 인상률을 적용함으로써 기본「베이스」가 낮아 인상액이 적은 하급공무원들에 두드러진다.
어쨌든 내년도 예산에 반영된 공무원 봉급 및 연금의 인상률은 75년 본예산에 비해 77.5%,추경에 비해 57.7%나 늘어난 규모이며 이 항목이 전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추경의 13%에서 15.9%로 대폭 늘게됐다.
국민의 입장으로 보면 어려운 살림에서 쪼개낸 세금으로 봉급을 올려주고도 불평을 듣게된 셈이다.
한편 교부금은 지방교부금이 추경대비 3백4억원, 교육 교부금이 2백80억원이 늘어 합계 2천3백54억원에 달했다.
지방교부금은 당초 지방재정자립을 기한다는 취지 아래 억제방침을 세웠으나 서정쇄신, 공무원 처우개선의 물결에 밀려 규모가 75년 본예산대비 50%, 추경대비 33%가 늘었다. <신성순 기자>

<차례>
①총화 ②조세 ③일반경비 ④투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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