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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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싸우면서 건설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는 국민의 조항 부담에서 실감된다. 자주국방과 경제개발에 필요한 재원을 세금으로 마련해야하니 세 부담이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또 그 많은 기구와 공무원도 세금으로 뒷받침해야한다. 76년의 총 조세부담액은 1조9천7백69억원으로 75년 본예산보다 60.8%, 75년 추경보다 32.8%가 늘었다. 세금도 더 많이 내야함은 물론 물건도 비싸게 사야하고 폭리 담배도 더 많이 사 피워야하는 것이다.
76년 총 조세 1조9천7백69억원은 내국세 1조2천2백36억원, 관세 2천9억원, 방위세 2천1백42억원, 전매익금 1천7백80억원, 지방세 1천6백2억원으로 되어있다. GNP(국민총생산)에 대한 총 조세부담률(담세율)은 74년의 15.1%에서 75년(추경) 16.5%, 76년 17.6%로 예각적으로 올라간다. 물론 17.6%의 담세율이 구미 각국에 비해 높은 것은 아니지만 세금을 내면 무덤에서 요람까지 국가에서 보살펴주는 나라와 국민학교 교육비까지 학부형의 주머니를 털어야 하는 한국과 단순히 담세율 수준만을 가지고 조세부담의 경중을 따질 수는 없다. 담세율이 단기간에 치솟은 것은 조세압박을 더 느끼게 하고있다.
76년의 경상경제성장률이 24.2%인데 조세증가율이 32.8%이니 경제성장보다 조세부담이 앞서가고 있는 것이다.
국민 한사람이 부담하는 세금은 ▲70년만 해도 1만2천7백원이었으나 이것이 ▲72년 1만6천1백원 ▲74년2만8전7백원 ▲75년(추경) 4만2천1백원 ▲76년 5만5천1백원으로 올라갔다. 76년 국민 1인당 담세액 5만5천1백원은 74년 본 예산보다는 58.2%, 추경보다 30.7%가 늘어난 것이다.
76년 조세부터 증가의 가장 큰 요인은 역시 방위세라고 볼 수 있다. 76년의 방위세 목표액은 2천1백42억원으로서 관세나 전매익금보다도 많으며 방위세 하나만으로 담세율은 1.91%나 올라간다. 76년 예산규모 2조5백19억원은 75년 본예산보다 58.8%, 추경보다 29.3% 팽창된 것이다. 무상원조가 끊어졌기 때문에 세입의 대부분을 세금으로 메워야한다. 총 세입 중 조세의 비중은 75년(추경)의 85.3%에서 76년은 88.5%로 올라갔다.
예산규모가 느는 것에 비례하여 세금을 더 거두는 것이다.
세계적인 불황의 여파로 경제전반이 침체상태에 빠져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주도에 의해 자주국방과 경제개발과 공무원 처우개선을 기하겠다는 강력한 의욕이 엿보인다.
조세의 증가는 상대적으로 민간부문의 위축을 불가피하게 할 것이다.
세입의 주종인 내국세는 76년에 무려 68.9%(75년 본예산대비)가 는다. 1조4백93억원(방위세 5백77억원 포함)으로 늘려 잡은 75년 추경의 내국세에 비해서도 76년 내국세 목표 1조4천3백79억원(방위세 2천1백42억원 포함)은 37%가 증가된 것이다. 76년 내국세 목표는 경제성장률을 8%, 도매물가상승률을 12%, GNP「디플레이터」를 15%로 잡고 추계한 것이다. 만약 도매물가가 12%이상 오르면 내국세는 오히려 예산보다 많이 걷힐 것이고 또 금년과 같이 추경을 짜야할 것이다. 그럴 가능성이 아주 많다.
물가상승에 의한 세수의 자연증수는 연례적인 현상인데 이로 인해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봉급 자다. 실질봉급은 오르지 않는데 물가상승으로 명목봉급만 올라 세금만 더 나오는 것이다. 또 세금이 늘면 물건값도 비싸지기 마련이다. 영업세·방위세·물품세·주세 등의 증액은 상품가격에 얹어져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될 것이다.
관세증액도 역시 물건값에 얹어진다. 76년 내국세중 직·간세의 비중은 직세가 38.3%, 간세가 61.7%로서 간세 비중이 큰데 간세는 소득의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무차별적으로 걸리므로 조세의 기본정신인 응능 부담원칙에 배치된다. 아무리 이상적인 종합소득세제를 만들어 놓아도 응능 원칙을 적용할 수 없는 간세의 비중이 높으면 저소득층에 세금혜택을 주려야 줄 수가 없는 것이다.
76년 세수는 소득재분배나 가계의 보호보다 정부지출재원의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75년 본예산보다 2배나 늘어난 1천7백80억원의 전매익금을 채우기 위해선 국민들은 비싼 고급담배를 많이 피워야겠다. 벌써 전매청은 한갑 3백원짜리의 「선」과 「거북선」을 76년엔 34억 개비나 팔 계획을 하고 있다.
조세 외의 세입은 세외 수입 3백94억원, 예탁금 및 일수금 3백89억원, 재정차관예탁금 1천5백69억원 등인데 앞으로의 빚이 되는 재정차관예탁금을 계속 늘려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재정차관예탁금은 재정차관상관자금을 우선 돌려쓰는 것인데 70년만 해도 2백86억원이 불과하던 것이 금년에 1천억원을 넘어섰고 76년엔 1천5백69억원을 목표하고 있는 것이다. <최만석 기자>

<차례>
①총화 ②조세 ③일반경제 ④투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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