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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온라인 대여 → 다시보기 서비스 → 직접 콘텐트 제작 … 넷플릭스, 다음 변신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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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퍼스트 펭귄은 되기도 어렵지만 유지하기는 더 어렵다. 디지털 카메라를 먼저 개발해 놓고도 변화를 거부하다 후발 업체에 추월당한 코닥이 전형적인 예다. 반면에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고 있는 미국의 넷플릭스(Netflix)는 초심을 잃지 않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넷플릭스의 설립 당시 DVD 대여 시장은 수천 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거느린 블록버스터가 장악하고 있었다. 넷플릭스와 블록버스터의 대결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비유될 정도였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소비자의 제품 구매 방법이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는 점을 간파하고, 주문한 DVD를 문 앞까지 배달해 주는 서비스를 시행했다. 또 소비자의 주된 불만사항이었던 연체료를 없애고 개인별 취향에 맞는 영화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기존 업체와는 다른 차별화된 전략을 구사했다. 오프라인 매장 위주 판매를 고수한 블록버스터는 결국 정상의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넷플릭스의 최고경영자(CEO)인 리드 헤이스팅스는 퍼스트 펭귄에 등극했다고 자만하지 않았다. 그는 온라인 대여가 동영상 다시보기로 변화하는 조짐을 놓치지 않았다. 기존 핵심 사업이던 온라인 DVD 대여업이 다시보기 서비스에 의해 잠식될 수 있었기 때문에 넷플릭스 투자자 일부는 새 사업 모델을 거세게 반대했다.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시장의 부정적인 반응에도 헤이스팅스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콘텐트를 감상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에 회사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다. 결국 DVD 대여사업은 몰락했지만 이미 핵심 사업을 다시보기 서비스로 전환한 넷플릭스에는 별문제가 되지 않았다.

 변신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콘텐트 구매 비용이 증가하고, 유사 업체가 우후죽순처럼 생기자 넷플릭스는 직접 콘텐트를 제작하기로 결정한다. 그 첫 번째 성과물이 2013년 에미상 시상식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킨 정치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즐겨 봤다는 이 드라마는 방송 전파를 타지 않은 온라인 전용 드라마로는 최초로 감독상 등 3관왕을 차지했다.

 하지만 시장의 변화는 멈추지 않는다. 최근 넷플릭스는 또 다른 위기에 직면해 있다. 과도한 인터넷 트래픽을 유발하고 있는 업체에 대해 추가비용 부담 등 규제 강화 논의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경영환경이 변화할 때마다 온라인 DVD 유통업체→동영상 플랫폼 제공 기업→콘텐트 제작자 등으로 성공적으로 변신해 왔다. 과연 이번에는 어떤 방식으로 변신을 시도할지 결과가 주목된다.

안중기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연구본부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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