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고급담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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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차 속에서 무심히 양담배를 피웠다. 그러자 어느 사이엔가 양담배 단속반원이 달려오더라는 얘기를 들은 일이 있다.
양담배는 냄새로 알아낼 수 있다고 한다. 짐작할 만도 하다. 좋은 담배란 우선 향내가 좋아야하기 때문이다.
고급 담배는 대체로 다섯 가지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향내가 좋아야 하고 맛이 좋아야 한다. 그리고 그 맛과 향내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 그러니까 덮어놓고 상질의 담뱃잎을 쓴다고 고급담배가 되는 것은 아니다.
네 번째로는 독특하게 쏘는 맛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너무 자극적이면 못쓴다. 그래서 이 쏘는 맛을 적당히「블랜드」로 완화시켜야 한다.
우리나라 전매청이 오는 10월1일부터 시판한다는「선」「거북선」도, 이런 조건에 비추어보면 그다지 고급담배라고 하기는 어렵다. 우선 향내부터가 훨씬 뒤진다. 단속반원도 쉽게 가려낼 수 있다.
양담배는 연기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말하는 단속반원도 있다. 그럴 법도 한 얘기다.
담배연기가 입이나 코에서 나올 때에는 희다. 손에 그냥 쥐고있을 때는 청자색이 된다. 그러나 이 빛깔도 담배에 따라서는 모두 조금씩 달라진다.
담배의 불붙은 부분에서 직접 외기 속으로 뻗어 올라가는 연기는 고온도로 가열되어 매우 미소한 입자가 되기 때문에 푸르스름해지는 것이다.
이 입자가 커짐에 따라서 빛깔도 청·황·연·적의 순서로 바뀐다. 고급담배일수록 연기입자가 작다. 연기 빛깔이 양담배와 국산담배가 다르다는 것은 그만큼 국산담배의 질이 떨어진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전매청에서는 앞으로「선」「거북선」보다 더 고급인 국산담배를 만들 계획임을 밝혔다. 그 다음에는 양담배의 수입도 허가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논리상 당연한 얘기다. 만약에 국산담배가 양담배만큼 질이 향상된다면 아무리 양담배 단속원이 예민한 후각을 발동시킨다 해도 냄새로 분간하지는 못하게 된다. 연기의 빛깔로도 분간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결국 양담배 단속이 전혀 불가능해 진다면 양담배를 개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양담배는 맛과 냄새, 연기 빛깔만이 다른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맛만이 좋아서 양담배를 찾는 것도 아니다.
건강에 해로운「니코틴」·「타르」의 함유량 분석에는 국제적인 기준이 있다. 이 검사를 위해 미국에는 연방통상 위원회가 있고, 서구에는 담배과학협동연구「센터」가 있다.
그 조사는 간단하다. 2초 동안 빨고 나서 58초간 쉬고 난 다음에 담배 끝에서 2㎝부분에「니코틴」과「타르」가 얼마나 함유되어 있는가를 조사하는 것이다.
이래서 양담배 연기는 목에 순하게 넘어간다.
국산담배도 양담배와 맞서려면 이런 기준까지 충족 시켜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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