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건강] 현미, 덜 깎아 더 좋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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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길 원한다면 현미를 주목하자. 식생활의 기둥은 밥이다. 하지만 대부분 밥을 단순한 열량원으로 생각한다.

먹기 좋게 깎고 또 깎기 때문이다. 쌀겨에는 건강을 도와주는 다양한 영양소가 숨겨져 있다.

성인병과 암을 예방하고, 신경을 안정시키는 물질까지 들어 있다. 현미가 당신의 건강을 돕는 세 가지 이유를 소개한다.

# 대장암이 무섭지 않다

우리의 소화기관은 식이섬유를 싫어한다. 잘 씹히지 않고 장내에서 흡수가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장암이 급증하면서 식이섬유가 각광받고 있다. 대장암은 독소를 가진 변이 장내에 오래 머물면서 증가한다. 식이섬유는 변의 부피를 키우고 대장을 자극해 변의 배출을 돕는다.

당뇨병.동맥경화 환자에게도 역시 보배 식품이다. 당 또는 콜레스테롤이 서서히 흡수되도록 하거나 억제한다.

70세 미만 성인의 하루 식이섬유 권장량은 19~27g이다. 하지만 실제 평균 섭취량은 남성이 하루 14.7g, 여성은 14.6g으로 권장량에 크게 못 미친다. 도정을 적게 한 현미만 먹어도 하루 부족한 양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성인병을 막아주는 가바(GABA)

가바의 정식 명칭은 'γ(감마)오리자놀'이다. 특이한 아미노산으로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효능은 뇌혈류 개선 외에도 신장기능 활성화와 간기능 개선 등이다. 신경안정 작용도 있다. 하루에 가바 30㎎을 섭취하게 했더니 환자의 75%가 정신상태가 개선된 조사결과도 있다. 신경질.초조감.권태감.수면장애.우울감 등이 좋아졌다는 것이다. 이미 미국과 일본에선 이런 특성을 이용한 건강식품이나 의약품이 나와 있을 정도다. 현미에는 가바가 100g당 8㎎, 백미에는 5㎎ 들어 있다. 가바는 물에 불릴수록 양이 크게 늘어난다(최고 5배). 가바는 배아에 들어 있다. 발아 준비에 들어가면서 가바가 증폭하는 것이다. 밥하기 전 쌀을 물에 오래 담가두면 가바도 늘고, 밥이 부드러워져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 암.동맥경화 예방에도 한몫

현미에는 IP6라는 물질도 있다. IP6는 세포의 생장에 필요한 이노시톨이라는 당(탄수화물)에 인(P)이 6개 결합된 물질이다. 암 예방, 지방간.동맥경화 억제, 심장혈관 질환의 예방 등 많은 효능을 지닌다. IP6는 특히 곡물 섬유에 많을 뿐 아니라 질도 좋다. IP6는 현미에 2.2% 들어 있다. 대부분 외피에 집중돼 있어 쌀겨 속의 IP6 함유량은 20%에 가깝다. 미국 메릴랜드대학 샘스딘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대장암에 걸린 실험쥐에게 1% IP6 수용액을 주었더니 암세포의 수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으로 말하자면 겨를 하루에 2.5~5g 먹는 것에 해당한다.

펠라산도 들어 있다. 펠라산은 주름.기미를 예방하는 피부 미용효과가 있어 일본에서 상품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밖에도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은 백미의 몇배나 된다(표 참조). 건강 식품은 결코 비싸거나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고종관 기자

도움말 : 경희대 식품영양학과 구성자 교수, 한솔병원 이동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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