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문·이과 융합형 인재 양성이 해법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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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주요 대기업이 지난해 하반기 대졸 신입공채에서 인문계보다 이공계 출신을 압도적으로 선호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공계 선호 흐름이 금융·통신·유통 등 산업계 전반을 관통한다고 하니, 반짝 현상은 아닐 성싶다. 기업은 이공계 출신을 필요로 하는데 대학은 인문계 출신을 더 많이 배출하는 현실에서, 당연히 미스매치(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이를 풀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산업계의 수요를 반영해 대학 구조조정에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연히 정부는 시장과 대학의 인력수급 실태를 파악해 미스매치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제조업은 우리가 포기할 수 없는 성장동력이라는 측면에서 양질의 이공계 인재를 더 많이 양성시킬 필요도 분명 있다.

하지만 기업이 뽑는 신입사원의 전공이나 출신에만 치우쳐 인문계 출신은 취업이 안 되고, 이공계 출신이 경쟁력이 있다고 일반화하는 오류는 경계해야 한다. 그런 기계적인 연장선에서 정부가 인위적으로 대학의 이공계 정원만 더 늘리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취업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인문계열 정원을 축소하는 정책을 도입한다면 이 역시 근시안적 처방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가 필요로 하는 인재상, 기업이 선호하는 인재상은 이공계를 졸업한 사람이라기보다 인문학적 소양과 기초과학과 기술에 대한 이해를 갖춘 융합형 인재에 가깝다. 얼마 전 한 기업이 인문학 전공자를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뽑은 것도 이런 흐름을 반영한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오히려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는 수십 년 이상 학교 현장에서 지속되고 있는 문·이과 칸막이식 교육을 없애는 것이다. 과학과 기술은 현대를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기초언어인데도 우리의 학교는 문과와 이과를 갈라 외눈박이 교육을 해왔다.

 교육부가 올해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있는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중·고교도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을 배울 수 있는 과목을 열어주는 열린 사고도 필요하다. 오로지 대학 진학만을 목표로 하는 진로교육 또한 좀 더 융통성 있게 개선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