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년도 IMF총회 동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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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워싱턴」에서 열리고있는 IMF·세은 합동 연차총회는 당초에 예상한대로 선진 부국들의 편협한 이기주의만이 만발한 채 막바지에 이르고 있는 것 같다. 「브레튼우즈」체제의 붕괴와 함께 IMF는 이미 오래 전부터 국제 통화질서의 수호자로서의 한계를 드러내왔다. 그러나 아직도 세계는 새로운 통화·무역질서를 다스리기에 충분한 대체기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형해화한 IMF에 아직도 많은 개발 도상국들이 일말의 기대를 갖게되는 것은 그만큼 개도국들이 당면하고 있는 어려움이 심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공산품 가격 인상과 대폭적인 수입규제로, 대내적으로는 긴축의 강행으로 선진부국들은 막대한 원유 적자의 대부분을 교역 상대국, 특히 개발 도상국에 떠넘김으로써 석유 위기를 모면하고 있다.
이들의 수지개선이 곧 바로 개발 도상국의 부담이 됨으로써 비산유 개도국의 무역적자는 올해만도 5백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IMF의 본원적 기능이라 할 국제통화·통상질서의 회복을 위해서는 물론, 시급한 개발 도상국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도 이번 총회는 각별한 국제 협조와 조정이 요청된 회의였다.
이와같은 현실적인 요청은 「비테펜」전무이사의 기조 연설에서도 반영되고 있듯이 어느 정도 국제수지와 「인플레」의 고삐를 잡은 선진 공업국들이 선도적인 역할을 맡지 않는한 진전이 있을 수 없음은 물론이다.
「비테펜」연설은 미·일·서독 등 상대적으로 입장이 강화된 나라들이 적극적인 확대정책을 채택, 세계경기 회복을 주도할 것과 개발 도상국에의 자본 협조에 산유국·선진국들이 적국 나서도록 촉구하고 있다.
「비테펜」의 이같은 요구는 국제 경제질서의 더 이상의 파탄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책임이라는 점에서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이처럼 당연한 요구에 대해 한마디로 『모든 나라는 자국의 경제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할 것』이라고 일축해 버린 미국의 태도는 크게 실망적이다.
물론 「사이먼」재무장관의 표현대로 『미국이 단독으로 세계 경기 후퇴를 종식』시킬 수도 없으며, 『타국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 주도록』 지나친 기대를 가져서도 안될 것이다.
그러나 과연 미국이 경기회복을 위해 어떤 국내적 조치를 취했으며, 그 조치들이 세계경기에 얼마나 기여했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나라들이 회의적임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 점은 일본·서독 등의 경우도 크게 다를바 없다. 비록 물가압력이 아직도 일부 남아 있다 하지만, 그것이 곧 협조와 공동 전진이라는 시대적 요청을 외면하는 구실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회의가 종반에 이르도록까지 이처럼 시급한 당면과제에 대해서 아무런 합의를 얻지 못하고 있음을 볼 때, 우리가 기대하고 있는 개도국 지원자금의 확대문제도 크게 성과를 얻기는 어려울 것 같다.
더구나 환율제도 개선은 이미 드러난 미·불간의 이견차이로 보더라도 전혀 진전이 있을 것 같지 않다.
이는 곧 증자 「코터」문제나 보유금 처리에서도 별다른 합의의 가능성이 없음을 의미한다.
다만 「오일·퍼실리티」의 수혜증가·확대 금융제도의 이용 등에서 개도국들이 약간의 기대를 걸 수는 있을 것이나 통화제도의 근본적인 안정 없이는 그 실익은 일시적이며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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