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도 호국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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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중앙 학도 호국단이 2일 발단함으로써 전국 학도 호국단의 조직이 완료됐다.
1천4백60개 고등·전문·대학교의 1백46만여 학생이 전국 학도 호국단으로 조직화된 것이다.
『배우면서 나라를 지키자』는 「캐치·프레이즈」처럼 학도 호국단의 근본 취지는 북괴의 남침 위협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해 청년 학도들의 몸과 마음을 단합케 하는데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본 목포를 위해 방만한 학생조직을 재정비하여 학풍을 쇄신하자는 취지도 이에 못지 않게 중시되고 있는 것 같다. 그에 따라 학생들의 「서클」활동은 원칙적으로 모두 학도호국단에 소속되어야 하며 그 이외의 단체는 대학교의 경우 사전에 문교부장관의 승인을 거쳐야만 하게됐다.
군대의 제대형식으로 편성된 학도 호국단은 평시 학생 군사교육·새마을 사업과 봉사활동, 그리고 각종 단체활동 등을 전개하며, 전시 등 비상사태 하에서는 후방 질서유지·지역방위·대민 구호사업·군사작전 지원 기능을 수행키로 돼 있다.
학도 호국단은 정부수립 직후인 49년부터 4·19직후까지 11년간 조직·운영된 적이 있다. 그러나 새로운 학도 호국단은 목적이나 조직면에서 학원 내 질서유지와 사상통일, 그리고 애국정신 고취를 목적했던 과거 것의 단순한 부활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두 조직이 기본 정신면에서 이처럼 전혀 같다고 할 수 없는 만큼 과거의 조직을 연상시키는 학도 호국단이란 명칭의 사용이 합당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재고의 여지가 있다.
사실 학도 호국단의 기본정신인 『일면 면학·일면 호국』의 강령은 굳이 이 같은 조직이 없다하더라도 북괴의 남침 위협이 고조되고 있는 마당에선 시대적 요청이라고도 할 수 있다.
국난에 처하게 될 때 젊은이들은 모름지기 무기를 들고 나라를 지킬 각오와 능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에겐 이미 6·25전 당시 민주조국을 수호하기 위해 젊은 피를 흘린 학도 의용병의 전통이 있다.
북괴에서는 대학의 경우 1, 2학년생은 대략 주당 4시간, 3, 4학년생은 주당 2시간의 군사훈련과 연간 별도로 1∼2주의 야외훈련 및 졸업시 40일간의 집체 야영훈련을 받는다고 한다. 이들은 학도 노농적위대로 편성되어 있다. 중학 3학년 이상과 고교생 70여만명도 붉은 청년 근위대로, 조직되어 이와 비슷한 훈련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를 학생에게는 AK보총이 모두 지급되어 중요한 전력을 이루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로서도 군사훈련을 도외시한 학도 호국단이란 생각할 수 없다. 학도 호국단의 발족과 때를 같이해 학생 군사훈련이 강화된 것은 이런 인식에서 나온 것이다.
다만 배우며 지키는 새로운 학풍의 진작에 있어선 학생들의 발랄한 기상이 위축되지 않도록 하는 보다 긴 안목에서의 배려가 병행되어야 하겠다.
조직력 강화와 규율 진작에만 집착한 나머지 젊은 학생 특유의 발랄함과 창의성이 줄어들어선 안될 것이다.
학도 호국단 간부의 임명제·연간활동 계획의 사전 승인제·호국단 이외 학생「서클」활동의 억제 등은 자칫 이러한 바람직스럽지 못한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지 염려되는 요인들이나. 이러한 요소는 학도 호국단 운영과정에서 개선되어야할 것이다.
학도 호국만의 발족이 청소년 학도들의 정신전력강화에 못지 않게 학원의 면학기풍 조성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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