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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유괴는 막을수있다(3)|양육을 위한 유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입양 또는 윤락가에의 인신매매를 비롯, 소매치기·앵벌이 등을 시키기 위해 어린이를 유괴하는 이른바 양육을 위한 유괴는 다른 각종 유괴와는 달리 유괴당한 어린이가 범죄의 수단이 아니라 직접 목적인 게 특징.
이 때문에 유괴당한 어린이가 생명을 잃는 일은 거의 없어 다행한 일이긴 하나 비정·잔인한 점에서는 다른 유형의 유괴와 조금도 다를 바 없다.
74년12월 대구시서구평리동801 정순덕씨(29·여)는 대구시비산동1구 조우철씨의 5대독자정연군(1)을 유괴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6대 독자에게 시집가 8년이 넘도록 어린애를 못낳은 정씨는 시집식구들의 심한 눈총이 두려워 조씨의 어린애를 유괴했던 것. 정씨는 정연군을 유괴, 자신이 낳은 것처럼 속이려다 시집식구들에게 들키자 조군을 보육원에 갖다 맡겼었다.
또 지난6월20일 경기도 인천포 인천기독병원에서 출산, 신생아실에 있던 김윤식씨(31·여)의 생후 8시간된 영아(남자)가 증발된 사건이 발생, 경찰은 자식이 없는 사람의 소행으로 보고 수사에 나서고있으나 70일이 지나도록 단서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이는 시집간 여자는 반드시 한가문의 대를 잇도록 어린애를 낳아야한다거나 대를 이을 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우리사회의 전통적인 그릇된 고정관념이 빚은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었다.
이 같은 입양을 위한 유괴는 멀리 구약 시대의『「솔로몬」왕의 지혜』 때부터 우리들 주변에 있어 왔으나 그릇된 가치관·고정관념과 함께 진작 우리사회에서 사라졌어야할 일이었다.
71년4월 충남서산경찰서소속 경비정이 서산 앞바다 황도근해에서 거룻배를 타고 표류중이던 최충일군(17·경기도수원시서평동)과 임성철군(12·충북진천군진천읍교성리)을 구조했다. 이들 소년들은 가출했다가 충남보령군 당천면외연도리 황도에사는 최련춘씨에게 유괴돼 혹사당하다 필사의 탈출끝에 구조된 것.
또 72년6월 제주도북제주군 구좌면 연평리의 우도사건과 73년 9월 거문도로 납치돼 혹사당하다 2년 만에 탈출, 집에 돌아간 강정전군(12) 사건과 같이 유괴 또는 입양을 가장, 철모르는 어린이들에게 노력봉사를 강요하는 비인간적 사례도 많다.
이보다 더 악랄한 형태의 유괴는 「유괴 후 범죄 교사형」-.
69년3월 서울중부경찰서에 소매치기단「양일파」두목 이영호(35)등 일당 3명이 검거되자 이들에게 유괴돼 매를 맞아가며 소매치기를 강요당했던 공모군(13)등 10여명의 소년들이 이들의 손에서 풀려나 안심하고 집으로 돌아 갈 수 있었다.
특히 공모 군은 65년9월 대전에서 무작정 상경, 길을 잃고 헤매다 이들에게 유괴돼 소매치기를 강요당했으나 우연히 길에서 어머니를 만나 집으로 일단 돌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뒤를 밟은 이들 소매치기일당에게 다시 잡혀 소매치기를 계속, 마수를 벗어나지 못했었다.
이밖에 무작정 상경한 시골소녀를 반강제로 유인, 윤락가에 팔아 넘기는 인신매매·유괴한 어린이를 근처가게에 인질로 맡기고 물건을 외상으로 사갖고 달아나거나 남의 어린이를 꾀어 거리에서 구경등을 시키는 앵벌이등도 모두 유괴의 변형.
관계자들은 이러한 형태의 유괴에 대해 안일주의·얌체조성·비인간성 등에서 비롯한 저질범죄라고 지적, 보다 밝고 떳떳한 사회를 위해 시급히 근절돼야할 것이라고 말하고있다.<석인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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