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노인 우울증|부산의대 박조열박사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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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핵가족제도가 보편화함에 따라 우리나라의 노인들도 소외감에서 오는 의욕상실·우울증환자가 늘고있음이 밝혀졌다.
부산대의대 부속병원 박조열 정신신경과장이 74년부터75년 봄까지 1년동안 실시한 노인들의 정신위생조사결과 보고에 따르면 조사대상자의 3분의2가 주위로부터 소외당해 우울·외로움을 느끼고있으며, 도시와 농촌의 생활양식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도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상자는 부산시내(대도시) 노인 90명, 산촌(경남함안군칠북면) 거주자60명, 양로원(동래소재) 61명으로 남녀노인 총2백11명. 이들은 모두 경제활동에 종사하지 않고 있거나 자립능력이 없는 사람들.
우선 인생역정에 관한 만족도 조사에서 대도시노인들은 긍정적(54%)이었으나 산촌이나 양로원의 경우는 17%에 지나지 않아 생활환경에 따른 차이가 컸다.
대도시노인들은 인생에서의 성공여부를 무엇을 기준으로 결정하는가에 대해서 『노력의 대가』 라는 답이 많았으나 산촌노인들은 자신에게 『운이 없었다』고 패배감을 표명했고, 양로원노인들은 『알수 없다』는 허무, 기피적 답변이 지배적.
우울·외로움을 긍정하는 사람이 전체의 3분의 2에 달했는데 도시노인이 약간 더 많았고 양로원의 경우는 『그저 그렇다』는 답변이 많아 인간관계를 포기한 체념상태를 보여준다.
『외로움과 주정을 상대해주는 사람유무』는 도시의 60%가 『있다』고한 반면 농촌은 자녀들이 대개 도시로 가버린 탓인지 70%가 『없다』는 답으로 양로원의 39%보다 더욱 외로운 상태.
자녀에 대한 기대와 의존도는 농촌80%·대도시70%로 희생이 큰 농촌부모가 더 높지만 장래에 대한 불안도는 오히려 낮았다.
이같은 실태에 비추어 박조열박사는 ⓛ가족관계를 보다 따뜻하게 ②국가·사회제도상의 노후보장 ③노인에게도 일을 줄것 ④노인학교등을 통해 사교나 취미생활을 도와줄 것등을 대책으로 역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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