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아이 남의 아이 구별말고 어린이보호는 공동으로 |―유괴추방에 쏟아진 긴급동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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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최근 잇달아 일어나고 있는 어린이유괴 및 유괴살인사건은 전통적인 가정윤리가 무너지고 사회의 따뜻한 사랑이 부족한 「사회양심의 결여」현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어린이 유괴나 살해 사건등이 일어날 때마다 사회일각에서는 『어린이를 보호하자』는 「캠페인」을 벌여 왔으나 잠시 뿐이었고 장기적인 안목의 보호운동을 펼치지 못해 이번사건을 계기로 보다 철저한 대책을 요구하는 「긴급동의」가 나오고 있다.
이화여대사회학과 김대환교수는 이같은 현상은 『지나친 물질문명의 발달이 가져오는 사회질서의 파괴현상』이라고 진단, 사회양심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고 연세대 정신과 김채원교수는 사회와 가정의 따뜻한 보호가 없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더우기 최근의 어린이사건은 잔인한 살인을 동반하는 인간경시 풍조를 단적으로 표현하고 있어 특별한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인간교육을 제대로 이루지못한 교육제도의 모순과 외국풍조를 멋대로 모방하는 「매스컴」에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 사회와 정부에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해 주고 있다.
이밖에 격심한 빈부의 차이에서 오는 소외의식을 해결해주기 위해 청소년들을 위한 건전한사교의 광장이 이번일을 계기로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련의 어린이유괴 및 살해사건을 계기로 본 각계의 의견을 종합해본다.

<사치풍조 자제를>
▲권순영(변호사)=10년전부터 우리사회를 휩쓸고 있는 벼락부자 또는 벼락출세의 풍조가 초래한 빈·부의 격차, 이로인한 결손가정의 속출이 청소년범죄의 가장 큰 원인으로 본다. 특히 최근에 유괴범중 청소년이 많은 것은 분에 넘치는 사치풍조와 무분별한 「매스컴」의 보도로 인한 모방심리자극이 범죄를 유발하는 예가 많다.
유괴사건이 있을 때마다 여성단체등이 길거리에 나와 호소「캠페인」등을 벌이고 있는 것은 아무소용 없다.
그것 보다는 각자가 이웃에 대해 보다 깊은 이해와 관심을 갖는 운동이 바람직하다.

<"늘어난 소외군중">
▲백상창(신경정신과의사)=지나친 경쟁·열등감·욕망충족의 좌절로 소외된 군중이 급격히 늘어나고 이들이 열등의식을 사회나 막연한 대상에 돌려 누구나 닥치는대로 싸워 끝장을 보려는 풍조가 만연되고 있다.
또 저소득층은 자기존재의 표현을 범죄를 수단으로 구현하는 결과를 빚는 경우가 허다하며 미래에 대한 시간적인 「비전」을 갖지 않고 돌발적이고 찰나적인 과격한 행동을 일삼는 사례가 많다.
이같은 사회·심리학적 요인이 가장 약하고 반항하지 않는 어린이를 범죄대상으로 삼게돼 어린이유괴·유괴살해사건이 빚어지는 것이다. 어린이 유괴살인사건을 막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사회병리학적 처방이 요구된다.

<시급한 인간교육>
▲김채원(연세대교수·정신과)=부산의 어린이연쇄유괴 살인사건은 기아병(암아병·「페도필리아」)환자의 소행으로 본다. 이 기아병은 어린이를 하나의 도구나 완구로 보고 갖고 즐기려는 정신병의 일종이다. 기아병환자는 자신보다 10∼20세 이상 나이가 어린 어린이를 소유하고 즐기려다 순간적으로 살해하는 경향이 많다.
최근 서울등지에서 10대들이 사업자금을 마련키 위해 저지른 유괴살인사건은 그 원인이 사회양심의 결여에 있다고 본다. 사회가 물량적으로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성장의 혜택을 입지못하고 소외될 경우 죄의식 없이 이러한 범행을 저지를 수 있다.

<정신문화 개발을>
▲김대환(이대교수·사회학)=어린이 유괴범들의 성격은 대개 양성이 아니고 음성적이다. 이들은 약한 어린이를 미끼로 범행을 저지르면서도 전혀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우리사회가 10년이래 근대화과정에서 경제적·물질적인 면에 너무 치우친 나머지 사회규범의 정립이나 정신문학의 개발이 뒤로 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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