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프로야구] 옷 갈아입고 돌아왔소, 37세 박명환·김선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박명환(左), 김선우(右)

구관이 명관이다.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올해 프로야구 시범경기에 낯익은 얼굴들이 등장했다.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젊은 선수 못지않은 열정과 기량을 뽐냈다. 올드보이들의 화려한 귀환이었다.

 NC 박명환(37)이 지난 11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LG와의 시범경기에서 LG 소속이었던 2010년 7월 10일 두산전 이후 무려 1340일 만의 공식 경기에 등판했다. 성적은 1이닝 1피안타·무실점. 최고 구속은 144㎞까지 나왔고 슬라이더와 포크볼·커브를 적절히 섞어 던지며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이끌었다. 경기 뒤 박명환은 “감독님께서 믿어주셔서 고맙다. 무엇보다 공을 던질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몸 상태는 90% 정도로 지난 4~5년 중 최고”라고 말했다.

 박명환은 1996년 OB(두산의 전신)에 입단해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15시즌 동안 102승을 거뒀다. 2004년에는 탈삼진(162개)과 평균자책점(2.50) 부문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2006년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취득한 박명환은 4년간 40억원에 LG로 이적했지만 2008년부터 반복된 어깨 부상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결국 그는 2012년 LG에서 방출됐다. 이후 박명환은 재활을 하면서 복귀를 노리다 지난해 공개 트라이아웃을 통해 NC에 입단했다.

 쉽지 않은 길이었음에도 그는 손에서 야구공을 놓지 않았다. 박명환은 “선수는 그라운드에 있을 때 제일 행복하더라. 방출도 돼 봤고 직업 없이 지내보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유니폼을 벗으니 배운 게 야구밖에 없었다”고 했다.

 두산은 지난해 김선우(37)에게 은퇴를 권유했다. 부상과 부진으로 예전 기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마운드를 떠날 수 없었던 그는 방출을 선택한 후 LG로 팀을 옮겼다. 김선우의 머릿속에는 ‘다시 화려하게 복귀하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김선우는 지난 12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NC와의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1과3분의 1이닝 동안 피안타 없이 삼진 1개를 잡아냈다. 이날 경기가 비로 인해 2회 말에 노게임이 선언됐지만 김선우의 피칭은 인상 깊었다.

 김정준 SBS 스포츠 해설위원은 “김선우의 최고 구속이 시속 142㎞를 찍었다. 좋은 징조다. 공을 놓는 팔 각도도 많이 올라온 것 같다”며 “선수마다 사이클이 있는데 지금 시기에 이 정도 던진다면 상당히 준비를 많이 했고 구위도 올라온 느낌이다. 나쁘지 않다”고 평가했다.

김유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