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신저」의 두번째 중동 순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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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키신저」 미 국부장관이 오는 20일 제2차 중동 순방 길에 오른다.
중동 문제에 관한 미국의 거중 조정은 지난 3월에 일단 실패로 끝난바 있었다.
그후 「포드」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아랍」 각국을 상대로 중동 정책을 전면 「재검토」한다고 밝혔었다.
6월초에 있었던 「포드」·「사다트」의 「잘츠부르크」정상 회담, 「이스라엘」의 「시나이」 주둔군 감축 조치는 그와 같은 노력의 구체적인 결실이었다.
이어서 「포드」 대통령은 「라빈」「이스라엘」 수상과 「하탐」「시리아」 외상을 각각 「워싱턴」으로 초치해 『중동 문제에 관한 전면 재검토』를 마무리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일련의 사전 공작을 통해 미국은 「이스라엘」측에 대해서는 「안보 지원」의 확고한 언질을, 「아랍」측에 대해서는 피 점령지로부터의 「이스라엘」군의 추가 철수를 보장해 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양측이 그와 같은 보장을 신뢰하는 한, 이번의 「키신저」 순방은 『「시나이」신 협정』 체결의 청신호를 뜻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러한 정세는 「아랍」이나 「이스라엘」이 다같이 미국의 「단계적 해결 방식」에 동조하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미국의 「단계적 해결 방식」이란 「이스라엘」의 현상 고착 기도와 「아랍」의 전면 「실지 회복」과는 물론 상충하는 개념임을 주목할만하다.
양측의 고집이 평행선을 유지하는 한 「제5차 중동전」은 언젠가는 터지고야말 것이다. 그리고 「제5차 중동전」은 바로 핵전쟁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 일부 중동 문제 전문가들의 강력한 주장이기도 했다.
때문에 미국으로서는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현 전선의 고착을 전제로 한 「이스라엘」의 안전 보장이냐, 아니면 그 변경을 전제로 한 「이스라엘」지원이냐 하는 점이 그 선택의 초점이었다.
이 기로에서 미국은 결국 후자를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단지 「이스라엘」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점령지 포기는 어디까지나 「일부」일 뿐이며, 그 방식도 「단계적」인 동시에 철수한 뒤의 요충지에는 미국의 조기 정보망과 감시원들이 배치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이스라엘」과의 실질적인 방위 조약이라 해도 무방할 공식적인 안보지원 성명을 양원 합동 결의안 형식으로 발표하리라 한다.
만약 이러한 조건하에서 『「시나이」신 협정』이 체결될 수만 있다면 중동의 잠정 평화는 일단 기대해 볼만도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잠정 평화는 중동의 당사자들 뿐 아니라 미국의 세계 전략, 나아가서는 「포드」 대통령 개인의 정치 생명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지중해와 「페르샤」만과 인도양을 순항하는 소련 해군력의 심상찮은 동향을 보더라도 중동 지역이 미국의 세계 전략상 또 하나의 「인도차이나」가 되어서는 안되겠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의 협상 과정에서 보여진 미국·「이집트」·「이스라엘」의 상대적인 냉정과 유연성은 매우 값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중동의 활화산은 사화산이 되지 못한 채 다만 일시적으로 잠복해 갈 따름이다.
「팔레스타인」 난민 문제는 말할 것도 없고 「시나이」 반도 일대가 조용해진 뒤에는 「시리아」와 접해 있는 「동부 전선」의 불씨가 그 대신 타오를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나이」의 평화 「모델」은 앞으로 중동 전역의 불씨를 무마하는「공존의 방식」으로 증폭되기를 기대할 뿐이다.
그 방식은 어쩌면 「아랍」·「이스라엘」의 공존을 완결시키는 「중간 공동 시장」에 이르는 멀고도 작은 첫걸음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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