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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표 점검…김 총재의 순방 외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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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외 정책엔 여야간 이견 없다">
『월남 공산화 이후의 변화하는 「아시아」 제국을 직접 돌아보겠다』고 지난 4일 하오 출국한 김영삼 신민당 총재는 「필리핀」의 「마르코스」 대통령, 일본의 「미끼」(삼목) 수상과 정상급 회담을 가졌다.
일본에서 「마에오」 (전미) 중의원 의장·「시이나」 (추명) 자민당 부총재·「가스가」(춘일일행) 민사당 위원장을, 「필리핀」에서 「로물로」 외상을, 자유중국에서는 예문아 입법 원장·심창환 외교 부장·장고 총통부 고문·진건중 국민대회 비서장 등 세 나라의 지도급 정치인을 만나 김 총재는 변모하는 동남아 정세에 관해 격의 없는 의견 교환을 통해 한국 특히 야당의 좌표를 직접 점검했다.
김 총재는 이들로부터 한국에서의 새로운 전쟁 도발의 위험성에 관한 의견을 타진하고 『중공과의 관계 정상화가 우리 나라의 안전 보장과 평화 정착에 크게 작용한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순방 소감을 피력.
김 총재는 우방 지도자들에게 ▲한국의 「유엔」 가입 필요성 ▲대화를 통한 정치의 실현▲대외 정책에 있어서 여야간에 이견이 없다는 점등을 밝혀 야당 외교로서는 이례적이라 할만큼 국가 이익을 배려한 인상이다.
중공과의 관계 정상화를 주장한 「홍콩 발언」이 자유중국의 비위를 크게 건드려 장경국 행정 원장에 대한 예방을 기피 당하는 등 푸대접을 받은 것이 순방중의 「옥의 티」라고 할까-.

<일 수상관 개인 채늘 통해 면담>
14일 하오에 실현된 「미끼」 일본 수상과의 면담은 「미끼」 수상이 미·일 정상 회담에 참석하고 지난 14일 귀국한 후 일본 천황의 방미 문제, 국회 해산 문제 등 급박한 일본 국내 사석에 얽매여 있어 기대하기 힘들었으나 개인 「채늘」을 통해 성취했다.
당초 김 총재는 「니시야마」 (서산) 주한 일본 대사를 통해 수상 비방을 요청했으나 일본 외무성으로부터 『곤란하다』고 거절 당해 한·일 의원 협회 일로 일본 정치인들과 접촉이 잦은 김수한 의원을 앞세워 자신의 면담을 추진.
일본 외무성은 한국 정부의 입장을 고려한 탓인지 김 총재의 예방 조건으로 ▲김영선 주일 대사의 배석 ▲「미끼」수상에게 많은 이야기를 시키지 말 것 등을 요구했으며 주일한국대사관 측도 김 총재 측근에게 주일 공사의 배석을 요청했으나 김 총재에 의해 모두 거절당했다.
15분간의 비방에서 한·일 양국간에 무슨 구체적인 얘기가 오갔겠느냐는 일부 비평에 대해 김 총재는 『다소 구체적인 의견 교환이 있었지만 아직은 내용을 밝힐 수 없다』고 함구.

<대만 신문들, 「홍콩 발언」에 발끈>
『한국과 중공간의 관계는 정상화되어야 할 것』이라는 김 총재의 「홍콩 발언」은 「한적 불량 입」을 대외 정책의 기조로 삼고 있는 중국 측으로부터 강한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국빈 예우로 김 총재를 초청한 중국 외교부는 공식적으로는 한번도 이에 항의한 일이 없지만 소홀한 공항 영접이나 장 행정원장 예방 계획의 취소 등 간접적인 방법으로 불만을 표시.
도착 2, 3일전까지 예고 기사를 실었던 대만의 중앙일보·연합보 등 유력지는 김 총재의 방중 사실을 의식적으로 2, 3단 크기로 작게 보도했고 민간인이 경영하는 「차이나·뉴스」(영문 중화 일보)는 9일자 사설을 통해 김 총재의 대중 공관을 맹렬히 비판했다. 문제의 「홍콩 발언」은 지난 5일 상오 「사우드·차이나·모닝·포스트」지의 「빅터·슈」 기자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발설된 것.
김 총재는 이날 「홍콩」 출발 3시간을 앞두고 숙소인 「피닌슐러·호텔」에서 회견, 『한국이 공산 국가와의 관계를 어떻게 선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오세응 의원의 통역으로 『한국은 어느 국가와도 적대 관계를 갖지 않는 것이 평화 정착을 위해 바람직하다』면서 『중공과의 관계도 예외 일수 없으며 자유중국과는 지금까지의 우호 관계를 지속해야 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김 총재는 국내 문제에도 언급, 김대중씨의 출국 문제에 대해 『한국인은 누구나 자유롭게 해외 여행을 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동지는 6일자 보도에서 「한국의 지도자, 중공과 수교 희망」이라는 표제 아래 『김 총재는 한·중공간의 관계 정상화가 「아시아」의 평화를 지속시키고 이 지역의 긴장을 완화할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고 보도.
이와 같은 보도 내용은 김 총재 일행이 「마닐라」에서부터 「타이페이」에 도착한 다음 날인 9일 하오에야 중국 외교부로부터 동지의 사본을 입수했다.
한편 대만에서 겨우 7, 8백부가 발행되는 「차이나·뉴스」지는 9일 「한국과 공산주의자」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김 총재의 발언이 정확히 전해진 것이라면 우리는 박정희 대통령이 한국의 야당에 대해 조치를 취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겠다』고 호되게 비꼬고 『한국이 가진 최대의 자산은 강력한 반공주의인데 한반도의 남쪽에 소수의 공산주의자나 그 동조자가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고 외국 귀빈에 대해 정도에 지나친 듯한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사정이 이렇게되자 수행 의원들간에는 나머지 일정을 취소하고 일본으로 떠날 것을 검토하기도 했으나 『한국 야당 정치인의 도량을 보여주어야겠다』는 김 총재의 주장에 따라 불만스런 가운데 나머지 일정을 끝냈다.

<"중공은 남침에 비협조적 인상">
「필리핀」의 「마르코스」 대통령은 김 총재 일행을 맞아 지난 6월에 있었던 자신의 중공 방문 소감을 주로 피력.
중공 방문시 한반도 문제에 관해 별도로 논의한 적은 없으나 중공이 김일성의 도발 야심에 협조적이 아니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김 총재에게 「아시아」 국가의 문제는 「아시아」 사람 스스로 협조하여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총재도 이에 동의하면서 『한반도에서 남북간에 대화를 통해 평화를 정착시키고 궁극적으로는 통일을 성취해야한다』면서 한국의 「유엔」 가입 문제에 대한 「필리핀」의 계속적인 지지를 요청했다. <동경=김재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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