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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들의 물감이 귀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인지 사태와 세계적인 경제불황 등 어수선했던 국제 정세는 미술가들의 「파레트」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몇 세기동안 화가들이 즐겨 사용하던 아름답고 섬세한 물감의 생산이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되었다.
이미 「로즈·도레」(황금빛) 「에머럴드·그린」(비취색) 「매더·카마인」(양홍색) 「차이니스·버밀리언」(주홍색) 등은 생산이 중단되었고 「메르·베스」(연갈색) 「오레올린」(백광색) 「갬부지」(등황색) 등도 곧 생산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터키」가 「키프로스」를 점령함으로써 연갈색인 「테르·베스」의 생산은 거의 절망 상태가 되어 버렸다.
흔히 피부색으로 사용하는 이 빛깔은 「비잔틴」시대부터 화가들이 애용해 온 것으로 해연석에서 채취한다. 그런데 이 해연석을 캐내는 「윈저」와 「뉴턴」의 2대 광산이 「터키」군의 장악 아래 들어가면서 언제 다시 광산의 작업이 재개될지 아무도 모르는 형편이 돼버렸다.
또 월남과 태국에서도 미군의 개입은 「정글」의 나무액에서 뽑아내는 노란빛의 일종 「갬부지」생산에 막대한 손해를 입혔다. 「정글」에서의 폭격 등으로 나무가 쓰러지거나 서 있더라도 잎이 떨어지면 나무의 액이 나오지 않게 마련이다.
경제 불황도 또한 인조 물감원료인 「매더」와 「버밀리언」 생산감소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
꼭두서니과에 속하는 식물인 이「매더」를 원료로 한 물감이 한때는「로즈·도레」 「디므·로즈·매더」 「매더·카마인」, 그리고 주홍색인 「퍼플매더」에까지 이르렀다.
역시 「윈저」와 「뉴턴」광산에서 생산되는 주홍색도 살 수가 없게 됐으며 주홍 계통의 다른 색깔들도 원료인 유화수은 가격의 폭동에 따라 1「온스」 에 1.5「파운드」로 올랐다.
이밖에도 없어진 색깔은「에머럴드·그린」이 있는데 구리와 비소를 배합해서 만드는 이 색깔은 그 독성이 너무 강해 미술재료 제작 회사에서 생산을 금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데이·타임」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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