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엘류의 '열린 축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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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투 코엘류 축구국가대표팀 감독(53·사진)의 데뷔 무대가 이번 주말(29일)로 성큼 다가섰다. '새 감독의 첫 작품 발표회'인 만큼 축구팬들의 관심도 각별하다. 코엘류 감독의 축구 철학과 전략을 전방위로 살펴본다.[편집자]

축구에서 기술.체력은 '하드웨어'에 해당한다. 따라서 하드웨어를 최적의 상태로 운용하는 '소프트 웨어'가 별도로 필요하다. 소프트웨어는 바로 전술과 축구에 대한 철학이다.

대표팀이 코엘류 감독으로부터 끌어내야 할 부분도 바로 '코엘류만의 소프트웨어'다. 코엘류 감독은 어떤 철학과 전략으로 한국팀을 가공해낼까. 지금까지 코엘류 감독이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보여준 특징을 크게 다섯가지로 나눠봤다.

▶준비와 연구

코엘류는 한국대표팀 감독 물망에 올랐을 때부터 비디오로 한국 축구를 분석했다. 그가 감독으로 확정됐을 때 그는 이미 한국 축구를 훤히 꿰고 있었다. 코엘류 감독은 취임 직후에도 매일 코치진과 머리를 맞대고 경기 비디오를 분석했다. 끊임없는 토론도 이어졌다. 경기장에도 열심히 찾아다녔다. 올림픽대표팀 연습경기.AFC 챔피언스 리그.대통령배 대회 개막경기.K-리그 2003 개막전 참관 등 강행군이었다.

▶분명한 전술

코엘류 감독의 전술은 분명하다. 첫째는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한 프레싱이다. 90분 내내 '미드필드 압박-빡빡한 수비-신속한 역습-끊임없는 포지션 체인지'를 가능케 하는 것이 프레싱이다. 둘째는 스피드다. 압박이 화두로 등장한 현대 축구에서 상대가 움직일 공간을 미리 봉쇄하고, 빈 공간을 찾아 역습에 나서려면 스피드가 핵심이다. 셋째는 협력 축구다. 동료를 활용하는 플레이를 할 수 없는 선수라면 그가 비록 스타라도 미련없이 버릴 것이다. 마지막은 창조적 플레이다. 급박한 경기 흐름 속에도 정확히 빈 공간을 찾아 움직이고, 공을 동료에게 연결할 수 있는 부가가치적 플레이다.

▶이해와 협력

사례 1:지난달 3일 첫 방한한 코엘류 감독은 공항에서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다. 약간 어색했지만 상당히 정확한 발음이었다. 연습을 꽤 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첫 대표팀 명단 발표 때도 최종 멘트는 한국말로 외친 "우리는 자신있다"였다.

사례 2:코엘류 감독이 축구협회 간부들과 마주앉은 첫 식단은 한국식이었다. 코엘류 감독은 "한국 음식에 빨리 익숙해지고 싶다"면서 서투른 젓가락질로 열심히 음식을 먹었다.

얼핏 보면 쇼맨십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대표팀 감독을 맡은 이상 하루빨리 한국을 이해하고 싶다는 열의가 느껴졌다. 이해가 없으면 협력도 없다. 코엘류는 이 점을 간파하고 있었다.

▶평등과 존중

"나를 '움베르투'라고 불러달라. 나도 당신들을 '성화, 강희'로 부르겠다. "

코엘류 감독이 지난 5일 파주 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에서 박성화 수석코치.최강희 코치를 첫 대면했을 때 내놓은 제안이다. 코치들은 순간 당황했다. 위계질서가 엄격한 축구계에서 감독과 코치가 서로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대단한 '파격'이기 때문이다. 조크를 즐겼던 히딩크 감독도 자신의 대한 호칭 만큼은 '미스터 히딩크'로 고집했다.

코엘류 감독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축구'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하다는 것이다. 역할 차이만 있다. 평등은 곧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다. 코엘류 감독은 이런 분위기에서만이 폭발적인 생산성이 나온다고 믿는 듯하다.

▶열린 사고

"관행과 압력은 어디나 존재한다. 문제는 토론과 협력이다. 대표팀에 대한 최종 결정은 감독 몫이다. 그러나 난 축구협회와 충분히 협의하겠다. 나를 자주 히딩크 감독과 비교하는데 미안함을 느낄 필요는 없다. 난 그와 다르지만 그의 충고는 수용하겠다. "

코엘류가 첫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이다. 그의 '열린 사고'를 보여주는 부분이다.

언론에 대해서도 그는 '개방 정책'을 채택했다. 24일 NFC에서 열린 지도자 강습회에서 코엘류 감독은 "언론은 중요하다. 자칫 언론이 선수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될수록 자주 언론과 간담회를 갖고 충분히 내용을 설명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열린 사고는 자신감에서 나온다. "(히딩크와의 비교를)결과로 증명해 보이겠다"는 코엘류 감독의 단언에서 결과에 대한 그의 강한 자신감이 배어나온다.

진세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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