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63%가 법의 정당성 회의|김영철 교수, 농민·변호사의 법의식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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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우리 나라 농민의 대부분(75%)이 법조문의 이해를 못하고 과반(49%)의 사람이 준법 생활에 대하여 자신을 가지지 못 할뿐 아니라 63%의 농민이 법의 정당성에 회의를 느끼고 있다는 충격적인 보고가 나왔다.
또한 피의자 조서 작성시에 변호사의 입회제도에 대하여 『필요 없다』고 대답한 사람은 불과 1%고 피의자 보호를 위해『필요하다고 생각한다』가 대부분(93%)을 차지하는 반응을 보여 사법운영제도의 문제점을 보여줬다. 이와 같은 조사는 『한국 사법부에 대한 농민 의식 및 변호사 의식에 관한 조사』(『광장』지 7월 호)라는 논문을 발표한 김영철 교수(노동법·충남대)에 의해 이루어졌다.
충남 공주군 내 5개면 2백17명의 농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자기의 재산권을 침해당해도 법에 의해 권리를 회복해 보겠다는 사람은 27%에 불과하다.
과반수(58%)의 농민이 경찰의 수사에 대하여 비협조 내지는 소극적이었다고 한다. 또 자기 인권이 침해당할 경우 고소하겠다는 사람이 5%밖에 안돼 인권 의식이 아직도 전 근대적 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나타냈다.
법에 대하여 관심이 없거나 준법 정신이 박약한 원인에 대하여 대부분의 농민은 『법을 몰라서』(36%) 『법보다는 관습이 편리해서』(21%) 『법의 절차가 복잡해서』(11%)라는 이유를 제시하는데 그것은 67%라는 다수를 차지한다. 그래도 이러한 것은 표면적으로 나타난 의식이지만 농민들의 법의식 속에는 법에 대한 불신 풍조도 저변에 흐르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 이유는 법 해석의 모호성에서 오는 것으로 법 불신의 요인이 되고 있다. 법 해석에도 과학적 근거와 현실에 부합된 구체적 타당성이 요청된다고 하겠다.
이러한 경향은 법을 전문으로 다루는 변호사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작년8월부터 10월까지 전국의 변호사 8백11명 중 6백50명을 대상(응답자는 2백22명)으로 설문 조사한 바에 의하면 1번 판결의 신뢰도에 대하여 거의 대부분의(88%) 응답자가 반신반의하고 있고 전연 신뢰하지 않는 사람도 상당수(44%)에 달했다.
재판의 민주화와 관심을 높이기 위한 배심제도(영·미의 경우와 같은)에 대한 변호사들의 생각은 『사법의 민주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가 15.3%일뿐 대부분(71%)은 『시기상조』『연구해 볼 문제』라는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형사의 지위 향상을 위하여 10년 이상의 판사보 유경험자 중 판사를 임명하는 판사보 제도에 대하여는 반수 이상(54%)이 『필요한 제도』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앞으로 연구해 볼 문제』가 다음(30%) 이었다.
형사재판의 중형 경향에 대하여는 비교적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는데 반수에 약간 미달하는 수(45%)가 『대체로 부당하다』고 말하고 38%가 『약간 과중하다』고 응답했다.
법관의 인권 의식에 대하여는 『구속영장이 너무 형식적이라고 하는 세론』에 대한 응답에서 대다수(68%)가 「형식적」이라고 비판했고 3분의1 정도가 『가끔 그런 경향이 있다』고 수긍했다.
이와 같은 설문의 경향으로 볼 때 우리 나라 농민은 법에 대한 인식이나 경험이 낙후 상태에 있는 실정이며 법률의 대중화와 법의 신뢰 회복을 위한 새로운 노력이 요청된다고 본다.
또 변호사의 사법관은 응답자가 전체의 21%에 불과할지라도 다년간 실무 생활에서 온 체험의 표현이라고 보고 우리 나라 사법부는 시대적 변환과 사회적 변화에 따른 제도의 개혁에 대한 모색이 있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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