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일본「엥」차관의 재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한·일간의 외교적인 분쟁으로 사실상 중단상태에 있던 양국간의 경협관계가 점차적으로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정부는 민간 「베이스」의 경협을 중심으로 하겠다던 방침을 바꾸어 앞으로는 정부 「베이스」중심으로 그 관계를 한층 강화할 것을 시사하고 있다. 그 구체적인 표현으로서 일본정부는 이미 합의한바 있는 2백34억「엥」의 74연도분 「엥」차관을 오는 8월초부터 집행함 태세를 갖추고 있는 듯 하다.
한·미·일의 3각 관계는 동남아정세의 급변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으며 지난날의 소절에 구애됨이 없이 적극적인 상호협조 체제의 정비가 절실하게 요청되는 상황에 있다. 그러므로 한·일 관계가 이제부터 정치·경제·외교적인 측면에서 보다 적극적인 협력관계로 발전시켜야 할 당위성의 의미 연관 속에서 경협 강화를 평가하고, 우리의 자세를 가다듬어 나가야 할 것이다.
우선 이 시점에서 특히 유의해야 할 것은 한·일간의 협조강화가 곧 경제적 주체성의 약화를 초내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되겠다는 것이다. 협력관계의 현화와 함께 적어도 같은 비중으로 한국경제의 주체성강화가 절실하다는 기본인식에 투철해야 하겠다.
그 동안의 경험으로 보아 우리는 감정적인 몰입현상이 두드러져 냉철한 계산에 소홀했던 점이 허다했으며 때문에 경제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자초했던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특히 자본과 수출시장의 편의된 대일 의존도 때문에 유류파동 이후에 겪은 우리의 고난을 장기 해야 한다. 모처럼 시장다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 우리는 경협강화가 의존도의 심화로 연결되는 것을 극력 경계해야 하겠다.
다음으로 국제수지역조폭의 확대 때문에 연간 20억 「달러」 의 외자를 들여와야 하겠다는 계산 때문에 우리가 외자의 질을 또 다시 안역하게 평가하는 후퇴현상을 되풀이하지 않아야 하겠다.
장기적으로 보아서 경제적 난국에 어떻게 대처하느냐하는 자세여하에 따라서는 현재의 난국이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는 여지도 있는 것이다. 우리가 외환상의 난점을 가능한 한 자력으로 극복해 나간다면 산업 및 경제체질은 그에 비례해서 강화될 것이며, 장기적으로 보면 타력의존방식 보다 훨씬 득이 많을 것이다.
만일 지금과 같은 경제적 시련기에 스스로 우리의 산업 및 경제체질을 개선하겠다는 굳은 결의를 보이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여간해서는 우리가 의존경제체질을 벗어나기는 힘들 다는 것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이런 뜻에서 중화학분야의 민간기업에 대해 내자조달용 현금차관을 무제한 허용하겠다는 방침도 신중히 검토해야 할 문젯점이다.
차관착수금과 1회분 원리금상환자금까지도 조달하지 못할 국내기업을 중화학공업건설에 참여케 하는 정도라면 국제경쟁력 강화를 통한 수출증대라는 연내의 구호는 무슨 뜻을 가진다는 것인가.
그러한 산업건설방식으로 언제 산업과 경제체질이 개선되겠느냐에 상도할 때 무리한 건설계획의 추진은 개별기업의 입장에서건 또는 국민 경제적인 측면에서건 결코 바람직한 것이 못될 것이다.
73년 말 이후의 국제 경제적인 심체현상은 이제 그 바닥에 이르러서 이 이상 더 나빠질 공산은 적다는 것이 일반적이며 공통적인 평가다.
이제부터는 정도의 차리와 시간적 차이는 있지만, 회복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한 이상, 우리는 차제에 경제적 자립성을 강화해 나간다는 기조하에 경제협력과 외자도입정책을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이 아니겠는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