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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오차 1m 위성기술 과시 … 반테러법 힘 얻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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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말레이시아 항공기 실종 사건의 최대 피해국은 중국이다. 239명의 탑승인원 중 153명이 중국인이다. 중국이 수색작업에 가장 열과 성을 다하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중국 정부로서는 이번 사건으로 얻은 것도 있다. 크게 다섯 가지다.

 우선 강력한 반(反)테러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 중국 정부가 바라던 바다. 지난 1일 쿤밍(昆明)역 테러 사건에 이어 이번 여객기 실종에 대한 테러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양회(정치협상회의와 전인대)에서 반테러법 제정 건의가 잇따르고 있다.

 짱톄웨이(臧鐵偉) 전인대 상무위 법제공작위 형법실 부주임은 10일 “현재 관련 법률이 모든 테러 활동을 금지하고 강력한 처벌도 규정하고 있지만 (전인대 대표들이 더 강력한 법을 원하고 있어) 반테러법 제정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우창(周强) 최고인민법원장도 이날 전인대(국회 격) 업무보고에서 “앞으로 테러 행위에 대해서는 최고형량으로 다스리겠다”고 경고했다.

 중국 공안부가 9일 국제반테러 전문수사팀을 말레이시아로 파견한 것은 향후 중국의 국제범죄 수사력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사팀은 말레이시아는 물론 미국 연방수사국(FBI) 등 국제 테러 수사팀과 위조여권으로 실종 여객기에 탑승한 승객들을 조사 중인데 이는 중국의 해외 범죄수사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미국은 물론 주변국들과의 연합해상구조 능력을 향상시키는 계기도 마련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10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에게 전화를 걸어 해상구조에 대한 전폭적인 협력을 약속하고 테러에 대한 공동대처를 강조하면서 미·중 간 반테러 협력도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사고 해역에는 미국과 중국·말레이시아 등 10개국이 파견한 34대의 항공기와 40척의 선박이 잔해 수색활동을 펼치고 있다.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해상 영토분쟁을 하고 있는 베트남이 중국 선박의 자국 영해 진입을 허용했는데 이는 남중국해 연합해상구조 활동 활성화에 새로운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중국은 사고 해역에 군함 4척(상륙함 2척)과 구조선 14척, 해경선 6척, 헬리콥터 2대, 항공기 2대를 파견해 7717㎢ 해역에 대한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파견 함정 숫자나 수색 해역 넓이가 중국 해상 구조 사상 최대 규모다. 시진핑 주석은 이날 통화에서 양국 신형대국관계 구축에 대한 미국의 협력에 감사를 표했고, 오바마 대통령은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 중국 방문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이번 사건으로 양국 전화 정상회담이 실현된 셈이다.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강화를 위한 명분도 강화됐다. 정치협상회의 위원인 인줘(尹卓) 해군 소장은 “이날 이번 사고를 계기로 남중국해의 난사(南沙)군도(스프래틀리 제도) 일대에 구조 업무를 위한 항구나 비행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해상 구조 활동을 이유로 남중국해 영유권 강화를 위한 현실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난사군도는 중국과 베트남·필리핀·말레이시아 등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해역이다. 중국 남해함대는 올해 초 이곳에서 ‘주권 선언식’을 했으며 필리핀은 주둔 병력을 대폭 강화해 중국에 맞서고 있다.

 중국의 우주항공 기술을 과시할 수 있게 된 것도 덤이다. 시안(西安) 위성통제센터는 10일 오후 실종 여객기 잔해를 수색하기 위해 기상관측·통신위성 등 10기의 위성을 동원했다. 위성들은 잔해 수색 중인 항공기와 선박들 사이의 통신 편의와 사고 해역의 기상 정보 등을 제공하고 있다.

중국이 독자적으로 구축한 베이더우(北斗) 위성위치확인시스템 서비스도 수색 선박들에 제공된다. 베이더우는 오차 1m의 정확성을 자랑한다. 위성은 해류의 흐름까지 정확하게 파악해 제공함으로써 여객기 잔해물의 이동방향 판단에 도움을 주고 있다. 후원룽(胡文龍) 중국과학원 전자연구소 연구원은 “위성은 해상 부유물을 광범위하게 탐색하는 데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에 중국 우주 기술의 수준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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