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봇」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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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임택진목사<서울청량리 중앙교회>
「이스라엘」과 「불네셋」사이에 전쟁이 일어나 하나님의 언약궤를 빼앗기고 「엘리」의 두아들은 전사했다. 「엘리」는 그 패전의 소식을 듣고 죽었다.
이때 「엘리」와 남편이 죽고 언약궤를 빼앗겼다는 소식을 들은 「엘리」의 며느리가 어린이를 낳고 죽었으니 이 아기의 이름이 「이가봇」이다. (「이가봇」이란 하나님의 영광이 떠났다는 뜻)하나님의 영광이 떠난 시대는 불행한 시대이다.
선지자 「엘리」는 늙고 노쇠하여 기도하는 「한나」를 술 취한 여자로 알정도로 정신이 혼미했다. 불량한 아들들의 소행을 금지할 힘이 없었다.
「엘리」의 아들들은 불량자요 제사장이 하나님을 모르는 형편이 되었으니 그 시대의 신앙이 어떠한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뿐인가. 「엘리」의 두아들이 백성이 드리는 제물을 자기들이 먼저 탈취하였으니 신앙은 없이 제물먹기 위해 성전의 일꾼이 되었고 재물에 욕심이 나서 하나님의 집 재산을 횡령하였다.
오늘도 교회주변을 둘러보면 「이가봇」시대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내용없는 종교일수록 떠들기를 좋아하고 인간의 수단과 방법을 앞세우기 쉽다. 신앙없이 떠드는 집회에서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신앙없는 오늘의 시대는 확실히 「이가봇」시대이다.
또 현대가 「이가봇」시대가 된 원인은 종교와 사회의 지도자들이 부패했기 때문이다.
제사장이 회막 문에서 시중드는 여자와 동침하였으니 요사이 말로는 성직자가 성전구내에서 추행을 했다는 얘기다.
「이가봇」시대는 성직자만 부패한 것이 아니라 사회와 국가의 지도자인 「엘리」의 지도력이 약화되어 사회질서가 문란해졌다.
지도자 「엘리」는 지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사복을 채우고 권세를 악용하여 자기 가족을 돋보이게 하기에 급급하고 백성의 사정을 도외시했다.
종교가 부패하고 지도자의 지도력이 상실되는 때는 하나님의 영광이 떠나는 「이가봇」시대가 된다.
기업은 망해도 기업주는 살려는 시대는 「이가봇」시대요, 위장이민과 「달러」해외유출이 성행하는 시대는 하나님의 영광이 떠나는 시대이다.
종교가 타락하고 탐욕과 음란으로 지도자가 부패하는 때는 하나님의 말씀이 끊어진 암흑시대이다.
「엘리」시대는 사회상과 종교상이 타락하고 부패하니 사람마다 자기 소견에 옳은대로 행하는 무법시대가 되었다.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선지자가 입을 봉하고 거짓 선지자가 사회를 혼란시키는 시대도 「이가봇」시대이다. 「이가봇」시대에 뜻이 있는 자들은 통곡하고 나라사랑하는 자는 울고 또 울었다.
그렇다고 소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엘리」는 노쇠하여도 어린 「사무엘」이 성전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엘리」의 두아들은 타락해도 성전의 촛불이 꺼지지 않았고 성전의 봉사자는 부패해도 하나님을 믿는 백성들은 진실했다.
「이가봇」시대라고 실망할 것은 없다. 기도하는 「사무엘」이 자라고있고 신앙운동을 일으킬 「사무엘」은 오늘에도 얼마든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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