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사르나트」(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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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나는 「바라나시」에서 북쪽으로 5km쯤에 있는 「사르나트」(녹야원)에 이르렀다. 그곳이 바로 내가 목적하고 간, 불타의 4대성지 중, 제3성지인 최초 설법지인 것이다.
일찌기 불타가 고행림을 벗어나 「리라쟌」 냇물에서 목욕을 하고 「우루벨라」 마을 처녀로부터 우유죽을 받아 마시는 것을 보고 같이 고행하던 다섯 비구들은 불타를 타락한 사람으로 돌리고서, 저희들만이 멀리 「사르나트」로 가버렸던 것이다.
그래서 불타는 「부다가야」에서 성도한 뒤에, 가장 먼저 자기의 참모습을 보여주고 싶고, 또 큰 진리를 가장 먼저 들려주고 싶은 사람이 바로 그들이었기 때문에, 불타는 이곳을 찾은 것이었다.
다섯 비구의 이름은, 본시 범어 법명이야 하나지마는 그것을 한문으로 번역한 것은 본행집경·중본기경·최승왕경·현겁경·보요경 등 경전마다에 각각 달리 적혀 있음을 보며, 또 그 순서 배열도 서로 다르게 되어 있다.
다만 통례에 따라 그들의 이름을 상고하건대
1, 「안나타·카운딘냐」(아야교진여)
2, 「아슈바지트」(아습필)
3, 「바드리카」(발제리가)
4, 「다사발라·카샤파」(십력가섭)
5, 「마하나마·쿨리카」(마남구이) 등이다.
더우기 이 다섯 비구들은 모두다 불타의 친척들이거니와 무량의경이나 법원주림이나 응법기 등에는 다섯 비구들을 「오구륜」이라 적었으며 구륜은 한문글자로 구륜, 거륜, 거인, 구륜, 구린 등 여러 가지로 적히기도 했으나 결국은 범어의 음을 따서, 서로 비슷이 적은 것에 지나지 않음은 물론이다.
그리고 그 구린(거륜)은 본시 다섯 비구 중의 제1인인 아야교진여의 별칭인데 그의 이름을 대표적으로 따서 다섯 비구를 편의상 「다섯 구린」이라고 일컫게 된 것이요, 그들의 이름이 각각 따로 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불타가 이곳에서 다섯 비구들을 상대로 처음 설법한 날짜에 대해서 「가율저가월 백반제팔일」(파사)이라 했는데, 가율저가월은 8월을 이름이요, 백우제팔일은 보름 전 초팔일인 만큼, 결국 8월8일이란 말이다.
그렇게 따지면 불타가 12월8일에 「부다가야」에서 성도한 뒤, 이곳에서 다섯 둥지 비구들에게 처음 설법한 것이 꼭 8개월 되였음을 알 수 있다.
지금 이곳 지명을 「사르나트」라 하는 것은 「사랑나트」가 변해진 말인데, 「사랑」은 사슴을 이름이오, 「나트」는 신의 뜻이라고도 하거니와 한문경전에 녹야원이라 적은 것은 범어 「미르가다바」를 번역한 것이다.
또 한문 경전에 이곳의 이름을 선인주처니, 선인원이니 하고 적은 것은 이곳이 본시 옛날부터 선인(도인)들의 거하던 곳이기 때문이요, 또 녹림원이라 일컫는 것은 이곳에 많은 사슴들을 길렀기 때문인데 그 자세한 내력이 대비파사(파사)론에 적혀 있음을 본다.
이같이 사슴동산에서 불타가 설법했던 것이므로 불교경전에는 사슴의 비유가 많고 또 사슴으로써 이름지은 이들도 많거니와 나는 그보다도 폐허가 되어 있는 오늘의 성지광경에 무상한 생각을 금할 길이 없었다.
뒤로 돌아가면 「다메카·스투파」(다메카대탑)가 있는데, 본시 기원전 3백년쯤 「아소카」왕의 창건이요, 그 뒤 「구프타」왕조에 와서 증축한 것으로서 벽돌로 쌓은 원통형의 탑이다.
그러나 머리부분은 진작 깨어졌고 더우기 그곁 넓은 지역에는 승원이 있었던 빈터만 남아 있다.
일찌기 현장의 기록에는 화려한 내용이 적혀 있고, 또 우리 신라 혜초의 기록에도 다섯 비구가 처음으로 불타의 설법을 들었기 때문에 그분들의 형상을 만들어 탑 속에 넣어 두었더라고 했다.
혜초의 기록에
『위에는 사자상이 있고, 거기 세운 폭은 극히 아름다우며, 다섯 비구의 상이 같이 껴안고 있는데, 거기에 새긴 무늬는 참으로 섬세하다』고 했으나, 그것 역시 볼 수 없음은 물론이거니와 12세기에 「모슬렘」 교도들에 의해서 파괴되고 말았던 그대로 지금껏 폐허로 끼쳐져 있는 곳이다.
다만 「다메카」란 것은 파리어로서 「큰 소리로 외친다」는 뜻이라, 이 탑이야말로 불타의 대 설법을 기념하여 세운 큰 탑인 만큼 물건은 뒤에 비록 피상을 입었다 할지라도 진리의 외침은 천고에 대사자후로 울리고 있는 것이다.
또 구색녹경에 아홉 빛깔의 털을 가지고 흰뿔이 난 큰 사슴이 물에 빠져 죽게 된 사람을 구원해 낸 이야기가 실려 있거니와 오늘은 이 폐허의 동산에 사슴 한 마리 보이지 않지마는 불법의 사슴은 바로 지금 이 순간도 중생을 건지려고 탁랑 속에서 부르짖는 것이다.
탑이야 상했지마는
「다메카」! 큰 목소리
무딘 중생들
잠에서 놀라 깨어 일어
대설법 크신 진리에
귀를 기울이게나
아홉 빛깔 큰 사슴
물에 빠진 이 구해내 듯
진리의 사슴, 탁랑 속에서
중생을 건지시려네
대자비 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나.

<계속> [노산 이은상] [제자 이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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