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생들의 독서경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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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의 것을 찾자』는 구호가 근년 우리사회의 몇 개 주요목표 가운데 하나로서 인정되고 있다.
그것은 외래의 사상과 문화가 밀려들어 우리가 온통 거기에 휩싸이는 가운데서 「나」라는 존재 자체가 희미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한 「우리」의 목소리였다고 하겠다.
그것은 인방에 의한 무력강점이나 서구문명의 엄청난 위력에 휩쓸리는 민족을 지키려는 「우리」의지의 표현이었다.
60년대부터 두드러졌던 「한국학」 개발이나 「한국문화」 진흥의 기치가 바로 그 표시였다고 보겠다.
식민시대와 외세에 의한 분단의 역사 속에서 우리의 자기 존재는 거의 매몰되고 망각되어 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한국인은 구체적인 현실에서 자기 자신의 존재마저 상실하는 좌절을 현재 당해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자기의 존재를 찾고 자기의 의식을 회복하려는 노력은 값진 것이다.
최근 우리 대학생들의 독서경향이 『한국에 관한 것』에 크게 기울고 있다는 작일자 본지 문화면의 보도는 그 때문에 더욱 고무적이다.
이에 의하면 서울의 5개 대학 주변의 서점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가장 많이 팔리는 책10종 가운데 우리의 고전이나 한국관계가 7, 평론집이 2, 번역서가 1권이었다는 것이다. 평론집 2권 더 실상 그 내용이 한국관계임을 생각한다면 열 권 가운데 아홉이 한국관계라고 볼 수도 있다.
이러한 대학생들의 독서경향에서 우리는 몇 가지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오늘의 대학생이 뚜렷한 자기의식을 찾아 몸부림친다는 사실이다. 대학생들은 그들이 체험한 민족의 역사적 현실에 대해 심각한 반성을 거쳐 한국인이라는 자의식과 민족적 현실에 대한 비판적 자세를 가다듬고 있다.
이런 자기성찰의 과정에서 특히 냉엄한 비판의 화살은 서구적 사상 중심의 교육과 그 방법논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기성관념에 돌려지고 있다.
자기가 누구이며 우리의 사상이 어떤 것인지, 자민족의 역사나 전통이나 문화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려 하지 않고 외국의 사상, 남의 장단에 놀아나는 꼭둑각시로 즐겨 전락하는 약삭빠른 세태 풍조가 표적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국관계 서적 가운데서도 사상·민족심리·전승분야의 것이 탐독되는 것은 대학생들이 「자기」에 대해서나 한국인의 난제들에 관해 진지하게 묻고 생각한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더우기 이들은 진리를 갈구하며 지성을 찾는 학도답게 오늘의 민족적 현실을 분석하고 문제 해결을 추구한다. 현실 문제를 다룬 두 평론집의 구독은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갈등을 겪고 고민하는 오늘의 젊은이들의 방황을 설명한다.
우리의 과거와 미래를 투시하고 전망하고자하는 이 같은 대학생들의 진지한 탐구정신이 국수주의적인 편향이나 「한국적 특수성」을 금과옥조로 삼는 편집 속에 묻혀져서는 안될 것이다. 또 소박한 반외래문화 주장이나 또는 보편주의 이념에 대한 배격이라고 오해되어서도 안된다.
어쨌든 우리 젊은이들의 진리 추구의 이상과 노력이 좌절되고 묵살되도록 방치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이들의 독서경향은 자기 충실을 밑받침으로 하는 새롭고 안정된 가치추구의 노력이란 점에서 귀하게 평가되고 더욱 키워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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