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기로 지샌 태평로 마지막 국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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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8일 국회본 회의는 사회안전법안을 둘러싼 여야협상이 안돼 개회시간을 다섯 차례나 연기하다가 하오 11시45분에야 개회.
회기를 하루 연장한 다음 신민당측 사정으로 30분간 정회 후 9일 상오 0시25분에 속계된 본 회의는 향토예비군설치법 개정안부터 차례로 상정. 일부 심사보고는 유인물로 대리하는 등 일사천리로 처리해 나가다가 민방위 기본법 심의에서 첫 「브레이크」가 걸렸다.
김수한(신민) 의원이 토론에 나서 『민방위 기본법을 운영면에서도 옥상옥격인 입법 「인플레」에서 나온 과잉 입법』이라며 반대.
만장일치로 통과되던 다른 법안과는 달리 이법은 기립 표결에 붙여져 신민당은 전원 반대를 표명.
그러나 박영록 의원(신민)은 표결시 의석에서 졸고 있다가 황락주 부총무가 가서 깨우는 바람에 벌떡 뒤늦게 일어나기는 했으나 이미 표결사들이 지난 후라 기권으로 처리됐다.
하루종일 대기하느라 지친데다 졸리기도 한 의원들은 제안설명을 유인물로 대리하겠다는데는 모두들 찬성이었고 심지어는 의장이 『이의 없느냐』고 묻기도 전에 『이의 없소』하는 성급한 의원도 있어 웃음을 자아냈다.
사회안전법의 반대토론에 나선 김원만 의원은 주로 여당이 사회안전법에서 반공법 4조를 삭제하기로 한 약속을 어기고 배신했다고 집중타.
공화당의 박준규 의원은 찬성토론 겸 신상발언을 얻어 『자세히 들여다보니 반공법 4조가 사회안전법의 눈알과도 같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해명.
『본 의원이…』 해야할 것을 『본 변호인이…』하여 폭소를 자아낸 신민당 김명윤 의원은 사회안전법에 대한 협상 결렬 책임을 박준상 의원이 신민당에 돌리고 있다고 지적, 『우리가 의원총회를 하고 있을 때 법사위서 방망이를 쳤는데 과연 여당서 약속을 어긴 것이냐, 야당이 어긴 것이냐』고 반문했다.
사회안전법 대상자를 놓고 박준규·이중재 여야정책위 의장은 11시반부터 하오 2시가 넘도록 절충. 박 의장이 『반공법 4조 정도라면 빼주겠다』고 했으나 모처에서 온 전화를 받고는 갑자기 태도가 돌변, 거절했다는 것.
협상결렬로 하오 4시반부터 약1시간반 정무회의가 열렸으나 지배적인 기류는 『우리의 완강한 태도를 나타내되 협상의 여지를 없애 버리지는 말자』는 것.
신민당정무회의 결과가 『사회안전법의 완강한 저지』로 발표되자 저녁 8시쯤 정일권 국회의장이 여야총무단·정책위의장단을 불러 절충을 붙인 끝에 다시 『반공법4조를 삭제한다』는 합의가 극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번의 합의엔 여당측에서 『반공법 4조를 삭제하는 대신 사회안전법과 민방위 기본법은 국가적 차원에서 여야가 만장일치로 통과시키자』는 부대조건이 달려 문제. 많은 신민당 의원들이 『어떻게 민방위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킬 수 있겠느냐』고 이의를 제기했고 정해영 박영록 신도환 의원 등이 의원총회를 열자고 김 총재에 건의, 밤11시로 미루어진 본회의 1시간반을 앞두고 재무·법사 두 상위도 중단시킨 채 긴급 의원총회가 소집됐다.
의총에선 이중재 의장이 협상경위를 설명하고 김 총재가 『이를 받아들일 것인지 반대할 것인지 여러분이 결정해 달라』고 총의에 붙이자 신도환·박영록·오세응 의원 등이 강력 반대를 주장.
김 총재가 이들 반대의견을 받아들이겠다고 의사표시를 하고 김형일 총무는 『어렵게 이루어진 협상인데…. 정치신의 문제도 있고 하니 나에게 맡겨달라』고 말하고 있는 순간 『법사위에서 반공법 4조가 삭제되지 않은 채 사회안전법안이 통과되었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이 소식이 들리자 고흥문 정무회의 부의장, 김윤덕 의원 등이 소리를 지르며 『총무단은 무얼 한거냐』고 성토.
8일 밤 법사위는 두 차례에 걸친 약1시간 동안의 회의에서 사회안전법 등 19개 법안을 일사천리로 진행.
민방위 기본법을 상정했을 때 박한상 의원(신민)이 『많은 사항을 대통령령에 위임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이의를 한번 제기했을 뿐 평균 3분만에 한 건씩 통과.
한편 8일 밤 국회경비대에 사회안전법에 반대하는 괴한으로부터 『의장실에 시한폭탄을 장치했다』『회의장을 폭파해버리겠다』는 협박전화가 걸려와 새벽 의사당 주변의 경비는 한층 삼엄했으며 출입자들의 통제가 강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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