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제 「난청지구」 아프리카|봉고 대통령 방한계기로 본 검은 대륙의 판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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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아프리카」 「가봉」공화국의 「엘·하지·오마드·봉고」 대통령이 4일간의 방한일정을 모두 마치고 8일 돌아갔다.
「봉고」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과 2차례의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의 기존우호 협력관계를 더욱 강화하자는데 의견을 일치시켰다. 이는 ▲경제·기술·문학 및 과학협력에 관한 협정 ▲무역협정 ▲한-「가봉」협력공동위원회 설치에 관한 협정 등 3개 협정 체결로 더욱 구체화됐다.
그러나 이번 「봉고」 대통령의 방한의의는 몇개 협정체결이나 양국사이의 우의다짐만으로 그쳐서는 안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북괴의 위장평화 공세가 「아프리카」제국을 주축으로 한 비동맹 「그룹」을 상대로 한국을 국제무대에서 고립시키려고 노력하는 이 시기에 「가봉」같은 우호적인 제3세계 국가와의 긴밀한 유대를 통해 한국에 대한 비동맹 「그룹」의 인식개선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제29차 「유엔」 총회 표결때 한국문제에 대한 태도가 한국찬성 15, 북괴찬성 36으로 나타났듯이 비동맹「그룹」의 대한관은 대체로 비우호적이다.
반식민민족주의와 중립을 표방한 74개 비동맹「그룹」에 「아프리카」는 36개 국가 모두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의 대남북한 태도는 작년 「유엔」총회 표결 결과로 보면 한국지지 9개국, 북괴지지 21개국, 기권 6개국.
그 이전 표대결이 있었던 제25차 총회와 비교할 때 한국을 지지했던 나라 중 6개국이 반대, 4개국이 기권으로 등을 돌리고 기권에서 반대로 선회한 것만도 2개국. 이에 비해 한국에 반대하던 나라가 찬성으로 호전된 것은 한나라도 없었다.
중공의 「유엔」가입 등 국제무대 진출과 한국의 「6·25」 평화외교 정책 선언 등에 따라 남북한의 외교진출 현황은 눈에 띄게 변해가고 있다.
북괴는 특히 「피압박민족」의 반식민·민족주의를 중심으로 결속된 이들 「아프리카」 비동맹 국가를 상대로 끈질긴 반한 공작을 벌여왔다.
이에 따라 수교국의 증가도 71년이래 한국은 「모리셔스」 1개국만을 획득했을뿐 북괴는 17개국이 더 늘어났다.
「아프리카」국가 중 한국은 23개국과, 북괴는 28개국과 수교하고 있다. 이중 한국과 단독으로 수교하고 있는 나라가 6개국인데 비해 북괴 단독수교국은 11개국으로 북괴가 우세를 나타내고 있다.
북괴측 결의안이 지난해 「유엔」 총회에서 48대 48의 찬반동수를 얻어낸 것은 주로 이 같은 「아프리카」의 지지권을 발판으로 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도 73년부터 작년말까지 16개 사절단을 총 87개국에 순회시키는 한편 경제기술 원조로 73년에 65만「달러」, 74년에 80만「달러」 등을 외교경쟁에 투입해 왔다.
한국의 외교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국가의 북괴 수교국은 급증하고 있고 「유엔」총회에서 북괴공동 제안국에 가담한 「아프리카」 국가의 수도 우리보다 훨씬 많았던 형편이다.
북괴는 이같은 외교적 진출에 더욱 박차를 가해 올 가을 「유엔」 총회에서는 더 많은 다수표 획득을 노리고 있다.
이를 위해 북괴는 「아프리카」에 대한 사절단 파견·고위인사 초청·각종 친선협회 구성 등의 활동을 벌이는 한편 비동맹 「그룹」에 대해 정식 가입신청을 제출했다.
오는 8월 이 가입여부를 결정짓는 비동맹 외상회의가 열려 북괴가입이 결정되는 경우 「유엔」 총회에서 벌어질 남북한 외교 대결에 미치는 영향은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를 막기위해 종전에 답습해온 대 「아프리카」외교방식을 올해는 지양, 외무부 핵심간부 및 전문가만을 「아프리카」에 투입해 왔다.
최경록 교통장관(전 주영대사)의 친한국가순방, 노신영 외무차관의 반한국가 방문, 김영주 주「캐나다」 대사의 동부 「아프리카」 방문 및 윤석헌 주「프랑스」대사의 서부 「아프리카」 순방이 그것이다.
정부는 이 같은 외교적 노력을 통해 비동맹「그룹」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고 있는 것 같다. 이 같은 태도는 박정희 대통령이 「봉고」대통령을 맞아 행한 만찬연설에서 뚜렷이 나타났다.
박 대통령은 『우리는 20세기 후반의 국제관계사에 하나의 획기적 변화를 가져온 개발도상국가들의 단결과 상호협력의 운동인 비동맹회담에도 적극 참여함으로써 국제평화와 안전에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소련 및 중공과 군사동맹을 맺고 있는 북괴만이 비동맹 「그룹」에 가입하여 벌일 책동을 막는 것은 물론 제3세계에의 적극 진출의사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비동맹에 참여해 국제협력에 기여하려는 한국의 참뜻을 「봉고」 대통령에게 희망함으로써 「아프리카」 국가에서의 우리 정부에 의한 외교노력은 한층 적극화 될 것이 확실하다.
이런 정부노력과 관련, 「봉고」 대통령이 방한에 앞서 예정했던 평양방문을 취소한 것은 특기할만한 일로 해석된다.
「봉고」 대통령의 방한으로 한국에 대한 인식이 「아프리카」에서 일시에 혁신되는 것은 아니지만 「가봉」을 통한 한국의 이해가 점진적으로 이지역에 외연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남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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