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막을 치고있는 미 대법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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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의 최고 사법기관인 대법원은 내부의 비밀을 고수하려는 경향이 오랫동안 압도적으로 강한데 그 이유는 아마 그들의 판결이 정식으로 발표될 때까지 그들의 심판내용을 비밀로 하고 싶다는 대법관들의 희망 때문일 것이다.
과거에도 심리 내용이 외부로 새나가 법원당국을 곤혹케 한 적이 있는데 심리내용이 미리 밖으로 새나가면 사건당사자들에 대한 공정성유지의 문제, 그리고 주주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판결의 내용이 사전에 알려지는 경우 주식시장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는 문제들이 생기기 때문이다.
9명의 대법관들의 여행이나 개인적인 건강상태, 법원의 인사정책, 심지어는 공판예정일들이 어쩌다 변경되는데 그 이유 같은 것들도 내용이 외부에 밝혀지지 않는다.
연방대법원 공보관인 「배레트·맥건」씨는 국민이 알 필요가 없다고 그가 생각하고 있는 문제들을 「대내적 문제」라고 그 나름으로 표현하고있다.
「버거」 대법원장의 경우를 비롯하여 대법관들의 여행계획은 흔히 비밀의 장막 속에 감춰지고 있다.
「버거」 대법원장이 지난해 일본을 방문했을 때 그 기사가 다른 곳으로부터 전해지기 전까지 아무도 이에 관해 알지 못하고 있었다.
「버거」 대법원장은 미국법조협회(BA)와 강력한 유대를 유지하고 연방판사들의 봉급을 올리도록 의회에 촉구하는 등 활발한 공공활동을 하고 있으면서도 기자들은 피하고 있다.
「버거」 대법원장은 이런 활동들에 관한 질문에는 기록으로 남을만한 답변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그는 질의응답이 말한 그대로 활자화되는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지의 회견 같은 방식을 더 좋아하고 있다.
그는 그의 연설이 TV로 방영되는 것에 반대하고 있으나 그의 주요 연설의 원문들은 수백 통씩 우편으로 발송되고있다.
연봉 4만「달러」(2천만원)의 그의 보좌관인 「캐넌」씨는 전직교수로 행정학 전공인 정치경제 학자다. 연방대법원에 출입하는 몇몇 기자들은 전화로 그와 통화해 보려고 여러 날 시도해봤으나 허사였다. 그는 대법원장이 허가할 때만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맥건」씨는 구두변론에 관한 대법원의 예정표가 왜 바뀌었는가에 대해 답변을 거부한 일이 있는데 이때 그의 유일한 설명은 『법원서기는 그렇게 하라는 명령을 받으면 예정표를 고친다』라는 것뿐이었다. 【U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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