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괴경비병의 판문점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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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월요일 판문점 정전위회의장 밖에서 북괴경비병과 기자 1백여명이 미군소령에게 중상을 입힌 사건이 일어났다.
뭇매를 맞은 미군전방지원사령부 부사령관 「헨더슨」소령은 기관지 절개수술을 받고 곧 미 본토의 「월터리드」육군병원으로 후송됐다고 한다.
「헨더슨」소령의 이러한 중상과 보도된 당시의 현장사진은 북괴집단의 잔학성·무지성을 또 한번 여실히 드러내 주고있다.
더욱이 그들이 노골적으로 싸움을 걸어온 경위를 보면 이번 사건이 계획적으로 꾸민 것이 아니었는가하는 이념조차 금할 수 없다.
그것은 이 난동직후에 속개된 정전위 본회의에서 북괴대표가 이 사건을 놓고 『「유엔」측이 늘 무력도발을 일삼고 있다』는 식의 억지를 썼다는 사설에서 더욱 그러하다.
북괴같이 통제된 사회에서 아무리 그들이 적대하는 미군일망정 한 기자가 노골적인 도발을 상대 경비장교에게 걸어왔다는 사실을 어찌 우발사건이라 볼 수 있겠는가.
오히려 이러한 만행을 도발한 자가 요즘의 북괴 사회에선 영웅시되고있음을 중대시해야할 것이다.
최근 북괴내부에서 날로 격화되고있는 반미·반 한국정부「데모」와 선전선동으로 미루어 이러한 불상사는 예측되던 일이다.
판문점에서의 북괴 측의 이 같은 무지막지한 도발행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에도 이 비슷한 일은 여러 차례 있었다. 그러나 이번처럼 그 잔학 행위가 조직적이고 격렬했던 일은 없었다.
표면적으로나마 북괴의 기자·경비병들의 판문점에서의 행동은 그 당시의 정세와 남북간의 분위기를 반영해온 것이 과거의 예였다.
남북 조절위와 적십자회담이 제대로 진행되던 71년부터 73년까지 판문점에서의 이들의 행동거지는 표면상으로나마 부드러웠던게 사실이다. 그러던 것이 73년8월 이후 이들의 행동은 또다시 거칠어지기 시작해 최근은 1·21사건, 「푸에블로」호 사건이 일어나던 60년대 말에 비해 오히려 더나빠졌다.
비무장지대 판문점에서의 북괴 측의 행동에서도 최근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던 것이다.
이번 판문점 만행은 정상을 잃어 가는 북괴집단의 광난 의 조짐을 드러낸 것이다. 위장평화·위장미소로 감추어졌던 그들의 의도가 드러나고 만 것이다.
6·25직전 북괴는 조만식 선생과 간첩 이주하·김삼룡을 38선에서 교환하자는 위장평화공세를 편 적이 있다. 이에 응해 우리측 교환사절이 현장에 나가자 북괴 측은 『며칠후면 알아본다』는 말을 퍼붓고 사라졌다. 감추고 감추었던 남침저의를 드러내고 말았던 것이다.
판문점의 만행을 보면서 이러한 역사가 회상되는 것이 하나의 감상만은 아닐 것이다.
더욱이 잇따른 북괴의 무장공비남파, 서해5도에 대한 도발, 김일성의 「남조선혁명지원」호언은 이러한 우려를 짙게 하는 요인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적어도 비무장지대와 판문점에서 만이라도 우선 평화가 지켜져야겠다는게 우리의 소망이다. 그렇다고 해서 저들의 호전적 도발에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그들이 감히 도전해오지 못할 단체행동수칙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상식과 합리성을 그들이 자칫 약세로 오인할지도 모른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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