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성 정신질환 여성 불임시술은 바람직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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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최근 유전성 정신질환 여성에 내한 부임시술명령이 검토중이라는 소식은 학계의 반대와 함께 일반의 지대한 관심을 모으고있다.
지난24일 보사부가 충남 정심원에 수용중인 정신질환여성 12명에 대한 생태조직학적 검사결과 9명이 유전성으로 밝혀져 모자보건법 9조에 의거 이들에 대한 불임시술명령을 검토중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 그 발단.
모자보건법 9조에 따르면 보사부장관은 유전 또는 전염을 방지하기 위해 환자에게 불임시술명령을 발할 수 있다고 되어있다.
그러나 비록 환자일망정 한두가지 검사만으로 강제로 인권을 유린당한다는 사실에 일반인들이 충격을 받고있으며 학계일각에서도 학술적인 부당성을 들어 반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회장 박문희)는 25일 즉각 이에 반대, 불임시술명령에 앞서 신중한 검토가 있어야한다는 등 3개항의 건의사항을 보사부에 내기로 결정했다.
조완규 박사(서울대 자연과학대학교수·생물학)는 『유전병이라고 확실히 단정된다면 후세를 위해 불임수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감상적인 인도주의나 동정심은 더 큰 불행을 초래할 뿐이다. 그러나 유전성질환여부를 정확히 알아내기는 그리 용이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염색체 검사법으로 완전히 판별하기란 어렵기 때문에 선의의 희생자가 나올 수 있고 이것은 매우 충격적이고 두려운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한편 최규완 박사(서울대 의대교수·내과)는 『대상이 고아이고 비용이 많이 드는 탓으로 염색체검사만을 했다고 하는데 물론 이 검사에서 이상이 있다면 유전성질환이 밝혀지겠지만 불임시술을 목적으로 한 검사라면 보다 신중히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유전성질환이 확인되어 불임시술을 하게 되더라도 비인도적인 강제명령보다는 환자의 보호자를 설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조 박사와 최 박사의 의견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외국에서는 유전상담제도가 있어 국민에 대한 계몽으로 예방과 조기발견에 힘쓰고 있는데 우리 나라에도 이런 제도가 선행되어야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정균 박사(서울대 의대교수·신경정신과)는 현대의학으로 유전병증명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강제불임시술을 규정한 모자보건법 자체가 모순이라면서 보사부의 방침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현재 시술대상으로 되어있는 정신분열·조울증·간질에 대한 유전성은 학술적으로 부정되고있다는 것.
더군다나 단순한 몇가지 검사만으로 간단히 불임시술을 서두르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이 박사의 주장이다.
강제시술명령에 앞서 나병이나 결핵의 경우와 같이 정신장애자를 법으로 국가가 관리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하고있다.
김광일 박사(한양대 의대교수·정신과)는 이번 보사부의 방침은 사회가 정신박약아를 책임지지 못하고 귀찮아 모자보건법을 빌어 잘라버리는 불순한 동기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격분하고있다. <김일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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