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한뱃길 따라 잊혀진 유적답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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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한호=이양특파원】출항 나흘째를 맞는 삼한해로 답사선은 23일 상오6시15분 충남서산 앞바다 삼길포(대소면)를 출발, 다음 기착지인 만리포를 향해 나아갔다. 만리포에는 하오3시께 도착할 예정. 토요일 밤을 난지도 앞바다에서 보낸 답사선은 일요일인 22일 상오 노를 젓지 않고 모선인 송림호로 예인, 상오에는 충남 당진 앞 당진포에, 하오에는 서산 한진포에 들러 이 일대의 유적지를 답사했다.
한진포는 당진포보다는 훨씬 거슬러 올라가는 시대적인 포구. 삼한시대에 이어 포구가 열렸다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당진포와 같은 토기나 성토 등의 유적은 적었으나 토기파편 등은 당진포와 같은 유적지임을 말해주고 있다.
이날 답사에 참여한 삼한해로 답사회장 김원룡 박사는 『당진포 야산의 성곽유적지의 유물은 주로 고려말 또는 이조시대의 것이나 때로는 신라 때의 것이 발견되고있어 당과의 교류가 많았던 지역이었음은 틀림없다』고 말했다.
당진포리에서 16대째 살고있다는 강봉구씨(39)는 『이 일대는 당진읍 신운벌에서 생산되는 곡식을 이곳에 옮겨 쌓아두었다가 당나라로 운반해갔기 때문에 이곳이 당진포라는 이름이 붙었으나 당시의 포구는 10년전에 쌓은 제방안에 들어와 이제는 내륙지방이 됐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답사반은 풍도에 약 5시간 머무는 동안 선사시대의 것으로 보이는 지석묘 2기와 패총을 발견, 이를 학계에 보고하기로 했다.
지덕묘는 풍도 차산세씨(31·옹진군 대부면 풍도리)씨 소유 보리밭 한가운데에 있는 것으로 강화이남에서 많이 발견되는 남방식(남방식)형태를 갖추었고 높이40㎝, 폭1·5∼2m의 타원형 개석(개석·얹은 돌)을 지니고 있었다.
답사반은 또 난지도에서도 옛 수군의 주둔지였음을 입증할만한 하마석(높이50㎝, 폭30㎝)을 발견했다.
항해중 영흥도에서 풍도∼난지도까지 16마일의 거리는 파도가 전혀 없고 날씨는 계속 쾌청한 관계로 목적지에 도착하는 순간만 잠시 예인했을 뿐 거의 전 코스를 노를 젓는 것만으로 주파했다.
이에 따라 동승했던 서울대공대 김재근 교수(조선공학)는 『풍랑만을 피한다면 고대인들이 충분히 이같은 방식으로 인천에서 김해까지, 또 김해에서 대마도까지 건너갈 수 있었다는 가능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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