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C 탈퇴파와의 대결 피한 윌슨 영국 수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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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런던=박중희 특파원】EEC (구주공동체) 잔류 국민 투표에서 압도적 지지를 얻은 「윌슨」 영국 수상은 10일 밤 EEC 탈퇴파의 「챔피언」이었던 「앤터니·벤」 산업상을 같은 좌파인 「에릭·발리」「에너지」상과 자리를 맞바꾸는 선에서 개각을 끝내 당내 좌파와의 대결을 피하면서 각 내 분열에 대한 조치를 일단 끝냈다.
「월슨」수상을 중심으로 한 노동당 우파는 이번 개각이 좌파 각료에 대한 「징벌 인사」라는 인상을 주지 않고 당내 융화에 중점을 둔 것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좌파와 노조 측은 좌파를 죄어 묶으려는 공작의 제1보로 보고 있다.
「닉슨」 수상은 EEC 국민 투표를 앞두고 「벤」·「발리」 등 7명의 좌파 각료가 EEC탈퇴를 주장, 자체 분열 현상을 빚었었는데 국민 투표에서 완패한 「벤」 산업상 등 각 내 좌파 세력이 자발적으로 사임 의향을 표시하지 않아 「윌슨」수상을 궁지에 몰아 넣었었다.
당초 「윌슨」은 국민 투표에서 이기면 EEC 탈퇴파인 좌파 세력을 봉쇄하기 위해 내각을 개편, 「벤」 산업상을 현직에서 쫓아내고 그 대신 「에드먼드·데르」 대장성 차관 등 「플래쉬」한 인재를 기용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문제의 「벤」산업상은 『민의에 따르겠다』고만 말하고 침묵을 지켰던 것.
반 EEC파인 수송 노조의 「잭·존즈」 위원장은 「벤」 산업상을 현직에서 물러나게 하면 우리들은 가만 있지 않겠다』고 압력을 가해 「월슨」을 난처하게 해왔는데 「윌슨」수상은 최근 기자 회견에서 「벤」 산업상 거취 이야기가 미치면 자리를 박차고 총총히 나가곤 했었다.
「벤」씨도 산업상으로 있으면서 강대한 노조 세력을 배경으로 하여 과감한 산업 국유화 정관을 추진, 보수당이나 재계로부터 『영국을 사회주의 지배로 끌고 가려는 야심가』라는 평을 들어왔다.
「윌슨」 수상은 국민 투표의 여세를 몰아 반대파를 일거에 몰아낼 수도 있었으나 당파 내각의 내분을 조용히 해결하는 온건책을 택한 것이다.
「벤」 산업상을 경질함으로써 급격한 사회주의화에 제동을 걸면서도 같은 좌파를 산업상으로 임명, 반대파의 반발과 불안을 해소시켰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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