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서 핵우산 거두면 한국도 핵무기 개발|박 대통령, WP와의 회견서 밝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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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워싱턴=김영희 특파원】박정희 대통령은 만약 미국이 한국에 가지고 있는 핵무기를 철수하고 핵우산으로 한국을 보호하지 않으면 한국은 자체의 핵무기를 개발할 것이고 그럴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고 l2일 미국의 「칼럼니스트」인 「롤런드·에번즈」와 「로버트·노바크」씨가 보도했다. 「에번즈」와 「노바크」 두 「칼럼니스트」는 최근 한국을 방문, 박 대통령과 2시간에 걸친 「인터뷰」를 가졌는데 그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처음으로 만약 미국이 한국을 버리면 한국은 핵무기를 개발할 계획임을 확인했다고 「워싱턴·포스트」지와 그밖의 신문이 보도했다.
두 「칼럼니스트」는 박 대통령이 『우리는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나 현재는 개발하지 않고 있으며 핵확산 금지 조약을 준수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핵우산이 거두어진다면 우리는 생존을 위해 자체의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는 또 박 대통령은 한국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4대국이 협정을 맺는다는 구상은 지극히 비현실적인 것이라고 말하면서 『「인도차이나」에서는 강대국들의 보장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박 대통령은 「인도차이나」 붕괴 이후 많은 한국인들은 미국의 공약을 의심했고 지금도 의심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만약 그런 의심이 맞은 경우에는 한국은 미국의 지원 없이도 마지막 한사람까지 싸워서 한치의 땅도 양보하지 않을 결의가 되어 있다고 박 대통령이 말했다고 이 기사는 보도했다.
박 대통령은 북괴가 한국의 서해안의 5개 도서를 공격함으로써 한국에 도발할 때 한국이 보복 조치로 북괴의 후방을 공격하는 것은 북괴의 함정에 빠져드는 행위라고 말하고 한국은 그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 이 섬들이 공격을 받지 않게 방어 태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이 「칼럼」은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미 제2사단이 침략 방지에 주요 구실을 한다고 말하고 웃으면서 미군들은 축구에서 말하는 「풀·백」의 역할을 한다고 말했는데 이것은 미 제2사단이 지상 전투의 한복판에 끼어 들지는 않는 것을 뜻한다고 이들은 보도했다.
박 대통령은 인지 사태 이후 동남아 지도자들과는 반대로 미국과의 동맹 관계에 크게 기대하고 있다고 이 「칼럼」은 보도했다.
박 대통령은 단 미군이 한국에 영구히 주둔할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국이 스스로 항공기를 더 많이 보유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주한미군의 공군력까지 합해 한국은 공군력에 있어서 북괴와 무난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한 한국의 안보를 약화시키는 조치를 취하면서까지 미국의 비판자들을 회유할 의사는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됐다.
이 보도는 『박 대통령은 한국에서 학생 「데모」가 허용되고 완전 무결한 국민의 자유가 시행된다면 미국 의회와 많은 미국 사람들이 자신을 지지해주고 또 대단히 좋은 일이라고 말하겠지만 그러나 그것은 한국을 또 다른 월남으로 만드는 일이며 한국의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온 북한 공산주의자들의 위협이 감소되면 한국 역시 안보 조처들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국의 강경 조치를 「워싱턴」이 이해 못하는 사실이 제일 난처한 일이다.
만일 학생들이 「데모」를 할 수 있게 하면 미국 사람들은 「베리·나이스」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안보를 저해할 것이며 공산 침략을 유발하게 된다.
비상 사태 하에서 민권을 제한한 세계 3대 전례 ①「퀴벡」 분할 주의자들에 대한 「캐나다」의 조치 ②「알제리」전때 「드골」의 조치 ③제2차 대전 때 일본 2세들에 대한 미국의 조치 등을 열거하고 북괴에는 인권이란 자취도 없지 않느냐.』「에번즈」와 「노바크」두 평론가는 박 대통령의 건강이 극히 좋은 상태이며 또 박 대통령은 자신이 취하고 있는 노선이 옳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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