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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색한 인상…하곡수매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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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올 하곡수매가격이 전년비 22.1% 인상된 76.5㎏들이 가마당 1만1천1백원(늘보리)으로 10일 결정됐다. 이에 대해 당국은 그동안의 물가상승률·생산비, 그리고 하곡가격인상이 물가에 미칠 영향과 재정부담 등을 고려, 적정 선이라는 설명이다.
작년 1월 보리 파종기 이후 지난 5월까지 ▲도매물가는 19.3% ▲소비자물가는 17.3% ▲보리생산비는 작년 산 대비 6.1% ▲농가구인가격 지수는 12.5% (4월기준) ▲가계용품을 제외한 영농 자재비는 17% ▲「패리티」가격지수는 9.7%밖에 각각 오르지 않아서 여러 경제지표를 훨씬 상회하는 『충분히 보강된 수준』이라는 것이 농수산부의 주장.
당초 농수산부가 주장한 30%인상에는 훨씬 미치지 못했지만, 물가 및 재정당국이 강력히 내세운 20% 인상 선보다는 다소나마 인상률을 더 높였기 때문에 일단은 성공작이라고 자체 평가하고 있다.
22.1% 인상만으로도 새로 발생할 재정결손은 4백11억원.
가마당 결손액이 현재의 2천1백71원에서 4천2백원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인상률은 보리쌀자급 목표연도를 불과 1년 남겨두고 있고 보리쌀 부문의 재정결손도 전체 국민의 식생활 안정을 위해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점임을 고려하면 정부의 인색함을 변명할 여지가 없다.
올 보리쌀 예상수확량은 1천5백47만6천 섬으로 추계돼 예상대로 수확된다면 유례없는 풍작이다.
이 같은 풍작에도 불구하고 내년에도 역시 1백만섬 이상 수입해야 자급된다.
경작면적이 한정된 보리쌀이기 때문에 가격정책을 통한 증산의욕고취만이 자급을 가능케 한다.
이 같은 보리쌀 자급의 취약성을 감안한다면 올해보다 1백만섬을 더 증산할 수 있도록 가격을 더 높여줘야 한다.
사실 당국은 이번 인상률이 도매물가 상승률을 상회한 적정 선이라는 주장이지만 맥작 연도인「7월∼익년 6월」을 기준 한다면 도매물가상승률 24.4%보다 2.2「포인트」나 낮은 것이다.
이번 수매가격은 보리생산비 가마당 8천2백4원보다 훨씬 높다는 설명이지만 농민들은 생산비에도 미달하는 수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동안 비료·농약 값이 크게 올랐고 특히 인건비는 40%이상 올라서 전체적인 영농비가 30%이상 오른 점 등을 들어 올 하곡수매 값은 최소한 30%이상 인상해야 생산비가 「커버」된다는 얘기다.
이번 하곡수매가격은 결국 정부입장에서는 적정 선일지 모르지만 생산자인 농민의 경우에서 보면 「인색한 가격」임에 틀림없다.
한편 정부 보리쌀 판매가격은 『당분간은 오르지 않을 것』(정소영 농수산부장관)이지만 곡가정책 및 양특적자에 대한 물가·재정당국의 강경한 자세로 미루어보면 오는 11월의 추곡수매가격 결정 때에 재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두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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