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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의 거듭된 대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남대문시장에 또 큰불이 일어나 약6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재산피해를 내고 말았다.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이다.
먼저 부상자들의 쾌유를 빌며 아울러 귀중한 재산을 순식간에 화마에 빼앗겨 망연자실해 있을 이재민들에게 깊은 위로의 뜻을 표하고자 한다.
동시에 시급하고도 효과적인 재해민 구호대책과 복구대책이 세워져 실의 속의 상인들이 촉발재기하고 오유화한 시장이 지난날의 활기와 번창을 되찾길 바라마지 않는다.
남대문시장의 이번 대화재 사고를 계기로 우리는 다시 적어도 다음 두 가지의 값비싼 교훈을 얻게 됐다 하겠는데, 그 첫째는 대도시의 보안문제요, 둘째는 현대적 소방시설·소방장비의 구비문제다.
첫째, 대도시는 한나라의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중추인 동시에 재해와 범죄의 요람지이기도 하다. 따라서 숙명적으로 특별한 보안문제가 뒤따르기 마련이다.
대도시의 보안문제란 어떠한 상황하에서라도 수백만명의 인구가 밀집해 사는 대도시에 있어서의 안녕과 공공질서를 유지케 함으로써 시민의 생명·재산·권리를 보호하며 온갖 범죄와 재해에서 오는 피해를 예방·경감하는 종합시책을 말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공권력의 행사에 의해 사회공공의 질서를 유지하는 경찰작용과 아울러 화재·기타의 재해를 예방하는 소방작용이 당연히 포함되는 것이며, 소방기능이 광의의 경찰권의 개념에 속한다는 것은 정설로 되어있다.
오늘날 대도시에의 과도한 인구 및 산업집중과 이로 인한 생활양식의 변화는 어느 나라에서나 매우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는 것이다. 저소득과 실업 등의 불안에 허덕이는 방대한 빈곤층의 존재는 잠재적인 사회불안의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으며, 강도·절도·살인·방화·매춘·마약 등의 범죄가 빈발하고 있다.
이번의 남대문 시장 화재에 즈음하여 검찰당국이 화재사건의 수사에 있어서 대공안보·보험사기·담보물 횡령 등에 관계되는 방화여부를 중점적으로 다루도록 지시한 것도 도시의 안보라는 관점에서 매우 적절한 지시라고 이해할 수 있다.
화인은 하찮은 성냥불 장난이나 부주의에 의한 담배불 실화, 또는 누전·「개스」시설 및 전열기 등의 취급부주의 등으로 인한 실화에서부터 고의적인 방화에 이르기까지 허다하다 하겠으나, 방화는 물론 실화의 경우에도 피해가 큰 것일 때는 범죄로 다루어야함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최근 잇따라 일어난 화재사건에도 보험사기를 위한 방화와 원한에 의한 방화사건 등이 적발됐던 것인데, 실화로 규정한 화재사건 중에도 방화일 가능성이 전무한 것이 아니며, 또 이런 방화 중엔 반사회적 분자의 파괴활동 혐의도 없다고는 단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앞으로 수사당국은 과학적이고 신중한 화인 규명으로 부주의로 인한 실화와 범죄적인 방화를 철저히 가려야하며, 또 대공안보의 관점에서 도시보안에도 만전을 기해줄 것을 요망한다.
둘째는 현대적인 소방시설·장비의 구비문제인데 그 필요성과 화급성에 대해서는 본 난이 이미 누차 소리 높여 강조해온 바이다.
이번 화재사고에서 드러난 문젯점도 과거 쓰라린 체험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남대문시장이라는 현대적 건물이 화재예방 문제를 외면한 「셔터」와 칸막이 시설·소방시설 의무규정 등의 불이행·좁은 소방도로·무인살수차·비화차 등 장비의 미비를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70여대의 소방차가 동원됐고 무려 12시간의 진화작업이 계속됐음에도 불구하고 8백여 점포를 태우는 등 연소방지에 급급할 뿐 거의 속수무책 상태였다. 도시보안을 위한 경찰기능과 소방기능이 효과적으로 발휘되어 대도시의 공공질서와 화재 등 재해방지에 유루없기를 다시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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