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지서 처음으로 뺏은 KO승|한국복싱 세계 도전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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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유제두가 「프로·복싱」WBA세계「주니어· 미들」 급「타이틀」을 탈환한 것은 한국「프로·복싱」이 세번째로 세계정상을 정복했다는 환희와 함께 콧대높은 일본「복싱」을 통쾌하게 뉘었다는 점에서 값진 감격을 주고있다.
유제두의 세계정상도전은「밴텀」급 홍수환의 허망한 패배가 가슴깊이 맺혀있어 탈환보다는 도전에 그칠 것이라는 것이 솔직한 국내의 여론이었다.
그러나 유제두는 작년6월25일 김기수가「이탈리아」의 「니노·벤베누티」를 서울에 불러들여 힘겹게 판정승, 처음으로 세계「주니어·미들」급 「타이를·홀더」가 된 것과 작년7월4일「더번」에서 홍수환 이 남아연방의「아놀드· 테일러」에게 4번이나「다운」을 뺏고 판정승으로 WBA「밴텀」급「타이틀」을 획득했지만 이번에는 완벽한 KO승으로 그동안 유랑하던 WBA「주니어· 미들」급「타이틀」을 찾아왔다는 점에서 더욱 의의를 주고있다.
그것도 일본이『불의 사나이』『집념과 불사신의남자』라고 마치 신화적 존재처럼 떠들던「와지마」를 그의 나라에서 KO 시켰다는 것은 통쾌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유제두의 일격은 60만 재일교포의 가슴을 후련하게 해줬으며 일본의「프로·복싱」1백년사상 세계「타이틀·매치」를 한국과 한번도 갖지 않았던 콧대를 여지없이 꺾어버려 한·일「프로·복싱」의 새로운 방향타를 아울러 마련해준 계기까지 이뤘다 할 수 있다.
유제두의「타이틀」획득에서 교훈을 준 것은「복싱」의 정보가 얼마나 중요한 것이었나 하는 점이다.
과거 서강일·이창길·김뢰치등이 세계 도전에 실패했던 것도 모두『적을 몰랐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고 홍수환이「챔피언」의 영광이 가시기도 전에「알폰소·자모라」에게 불과 8개월의 단명의「챔피언」으로 떨어지게 된 것도 똑 같이 정보의 미숙에서 빚은 결과였다.
그러나 유제두는 그동안 3개년에 걸쳐 항상 세계「타이틀」에 대한 준비를 해왔고 특히「챔피언」「와지마」에 대해서는 그의 특기와 「스타일」을 계속적으로 연구, 사실상 그가 첫 해외원정과 첫 세계「타이틀·매치」라는 크나큰 심리적 부담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번 유제두의 세계「타이틀」획득은 그동안 식상과 혐오에 빠져 헤어날수 없었던 한국 그「프로·복싱」의 구세주와 같은 것이다.
그것은 기대가 컸고 그처럼 성원했던 홍수환이 숱한 잡음만 일으키다 불과8개월만에 KO패로「타이틀」을 장식함으로써 「프로·복싱」을 재기불능의 수렁에 빠뜨린 뒤였기 때문.
유제두가 이런 불리한 여론을 깨고 통쾌한 KO승으로 「타이를」을 탈환한 것은 한국의「프로·복싱」50년사에 가장 값진 쾌거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그가 차지한 「주니어·미들」급이 동양인으로서는 한국과 일본만이 가져본 최중량급「타이를」이라는 것은 한국「프로·복싱」을 다시 한번 세계무대에 과시한 것.
유제두는 지금부터 험한 도전의 벽이 남아있다 할 수 있다.
한국이「프로·복싱」시장성의 취약성과 세계적「프러모터」의 부족 등 세계정상방어의 길은 홍수환의 경우처럼 험난하다.
마라서 유제두는 홍수환이 값진「타이틀」을 허망하게 잃은 뼈아픈 전철을 다시 밟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제부터 유제두는 중대한 과제에 놓여있다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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