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을 이성으로 여과한 작가|탄생 백주 맞아 본「토마스·만」의 예술정신|장남준<중앙대·독문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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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6월6일은 독일이 낳은 세계적인 작가「토마스·만」이 탄생한지 1백주년이 되는 날이다. 그가 어떠한 예술정신의 소유자였으며 그러한 예술정신이 어떤 작품을 남기게 했는가「뮌헨」대학과「괴테·인스티투트」에서 연구한 장남준 교수(중앙대·독문학)의 글을 통해 알아본다. <편집자주>
독일문학의 전통은 다른 서양문학의 전통과는 달리 인간 영혼의 발전, 인간정신 내면의 서술에 시종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이상주의적 경향에서 벗어난 소수의 예외적 독일작가들 가운데「토마스·만」은 20세기 독일문학에서 최고의 위치를 차지하는 작가다. 철저한 산문정신의 소유자로서 시종일관한 그의 이지적인 태도는 독일문학사상 비슷한 예를 찾아볼 수 가없다.
그는 지성이란 여과작용을 통해서 현실을 분석하고 관찰하여 인간과 세계의 상을 형성했다. 그의 작품들은 여러 가지 조그만 사건들이 서로 연관을 가지고 나열되어 있다. 따라서 그의 문학세계는 매우 광범하며 또 심각하고 철저했다. 그가 사유하는 세계의 두 가지 근본현상은 삶과 정신, 그리고 이 양자사이의 긴장이었다.
「토마스·만」은 1875년6월6일 북독「뤼베크」시의 부유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소년시절에 집안이 몰락하는 과정을 겪음으로써 예술가로서 눈을 뜨게 되었고 이 체험은 그를『「부텐부르크」가의 사람들』과「토니오·크뢰거」의 작품세계로 인도했다.
「토마스·만」을 세계적인 작가로서 지위를 굳히게 한『「부텐부르크」가의 사람들』에서 그는 비평가적인 눈으로 시민성의 몰락과 예술과 인생, 그리고 인간생존의 근본원리를 추구했다. 「쇼펜하우어」의 고뇌의 철학, 「바그너」음악의「라이트·모티브」적 수법, 「니체」의 몰락의 심리학 등을 바탕으로 하는 한편「톨스토이」의 서사적 태도를 전형으로 삼은 이 장편은 독일 시민계급의 한 영혼의 역사이기도 했다.
「토마스·만」의 초기 작품들의 경향은 삶보다는 죽음에 공감을 갖고 있는 독일 낭만주의의 생활감정에 기울어져 있으며 시민사회에서의 예술이나 예술가의 고립에서 생기는 고뇌를 반영하면서 삶과 정신, 시민과 예술가와를 대립관계에 놓는 인생관을 표현하고 있다.
초기 작품에 비해 후기에 접어들면서 그의 문학세계의「모티브」에 사회 비판적인 정치적인 것이 첨가되었다. 1차 세계대전 후에 발표된『마의 산』에서 그의 문학세계는「레이다」와도 같은 예민한 감수성을 가지고, 또 시대적인 의식내용을 가지고 시민성에서 사회성으로 전환이 되어졌다.
즉 그는 독일 낭만주의적인「고독과 죽음에의 공감」을「삶에의 봉사」로 전환시킨 것이다.
1929년에「토마스·만」은『「부텐부르크」가의 사람』에서『마의 산』에 이르기까지의 창작활동으로 독일의 소설을 세계적 수준에까지 끌어 올리는데 기여하고 새로운 인간상을 수립하는데 노력한 공로로「노벨」문학상을 받았다. 독일인으로서 그는 5번째의 수상작가가 된 것이다.
그가 미국으로 망명한 후 10여 년에 걸쳐 집필한 4부작『「요셉」과 그의 형제들』은 그의 세 번째의 문학세계의 전환이었다. 여기에서 그의 시민적인 사회비평은 사라져 있다. 그는 야만적인 인간의 생활상황을 극복하여 보다 높은 형성의 문화를 창조하려 노력하며 문학의 세계를 신화적인 위대성에까지 끌어 올렸다.
전쟁과「나치」정권의 폭정을 체험한 그는「괴테」를 주제로 한 장편『「바이마르」에서의「로테」』에서 정치적인 양심이 각성되어 삶과 정신, 예술과 정치를 절연된 세계로 간주하는 위험한 독일적 사고습관을 버리게 되고 개인의 자기완성이라는 교양이념에는 사회적 책임의 자각이 동반돼야 한다고 생각하여 정신적 자유와 정치적 자유를 도시에 요구하여 인간성의 옹호를 부르짖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 발표된 장편『「파우스트」박사』에서 그는 천재적인 작곡가가 악마와 결탁하여 몰락하는 비극을 그리면서 추상적이고 신비적인 독일혼을 분석했다.
「토마스·만」의 작품세계를 더듬어 볼 때 초기의 문학이념이 대립과 고립의 개념이 지배적인 것이었다면 후기의 이념은 조화와 극복의 문제가 중요한 과제였었다. 그는 1955년8월12일에「취리히」에서 80년의 생애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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