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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유동문 <75년도 신춘 「중앙문예」시조입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1)
하늘 빛 가슴에 담아
늘 희게 펄럭이네
비바람 거슬러 오다
산모통 굽이를 날고
천년을 기구한 몸짓
여명 속에 풀린다.
(2)
날개 위에 떠는 것은
꿈인가 회한인가
노젓듯 날아가는
끝없는 구만장천
어디메 새벽을 열고
향기되어 앉는가.

<시의 곡조>가 학의 눈 속에 있었다. 그것은 꿈꾸는 눈, 하늘의 눈, 빛나는 눈. 그 눈부시게 타 내리는 빛이 사망을 이고 바람을 안고 세월을 날아 천년을 산다.
하늘빛 언덕, 달밤의 섬, 저녁놀, 봄비 속에 천사인 듯 소녀인 듯 연처럼 촉촉이 젖고 앉아있었다. 현대가 잃어버린 학을 일전 삼천포 지리산 기행에서 보았다. 30년 내 생애에 가장 행복한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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