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개 여성단체 反戰연대 결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1면

"전쟁 난민의 80%는 여성과 어린이입니다. 생명을 잉태하고 길러내는 여성의 이름으로 전쟁을 반대합니다."

요즘 국내 여성단체들의 최대 화두는 전쟁 반대다.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이하 평화여성회)''여성해방연대'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37개 주요 여성단체들은 올 초 '반전평화 여성행동(이하 여성행동)'이란 연대기구를 발족하고, 미국의 이라크전에 대해 평화롭지만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성행동'은 지난 20일 미국의 대 이라크전이 터진 직후 서울 광화문 미국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시민단체들과 함께 대규모 촛불 시위를 벌였다.

정강자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 이강실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등은 미 대사관 앞에서 하루 동안 단식을 하며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또한 '여성행동'은 22일 오후 2시 서울시청 앞에서 틱낫한 스님과 함께 하는 반전평화대회를 개최하고 오후 4시부터는 종묘공원에서 전쟁 중단과 한국군 파병을 반대하는 촛불 대행진을 벌였다.

지난 8일 세계 여성의 날 행사에서는 이라크를 상징하는 검은 옷의 여성들이 전쟁에 의해 유린되고, 여신들이 이들에게 꽃을 뿌려 어루만져주는 상징적 퍼포먼스가 공연돼 참가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또 평화여성회는 시민들이 전쟁 반대 서명을 한 비둘기 모양의 색종이를 플래카드에 꽂은 뒤 행진하는 퍼레이드를 벌이기도 했다.

이 단체는 행사 때마다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를 로고처럼 사용하고 있다. 여성해방연대 회원들은 전쟁 기간 중 하늘색 리본을 달아 전쟁 반대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김숙임 평화여성회 대표는 "전쟁은 강간과 구타.학대가 자행되는 등 여성에 대한 폭력이 극단적으로 표출되는 상황"이라며 "앉아서 평화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직접 행동을 통해 평화를 실현하자는 뜻에서 반전운동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행동은 24일 오전 김경천·김희선·최영희 민주당 의원 등 여성의원들과 함께 한국군 파병 반대 기자회견을 여는 한편 전쟁이 끝날 때까지 촛불집회 등 반전시위를 계속할 예정이다.

문경란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