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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계의 새 혜성 바리쉬니코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74년 소련 「키로프·발래」단의 세계일주공연도중 「캐나다」의 「터론토」시에서 극적으로 망명했던 무용가 「미하일·바리쉬니코프」가 27세의 어린 나이로 미국 무용계에서 정상의 지위를 굳히고 있다.
「바리쉬니코프」는 현재 「아메리칸·발레·디어터」의 수석 독무자로 활약중이다. 그의 특기는 내면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생생한 표현력과 공중에서 정지된 듯 「마임」(몸짓)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도약의 묘기이다.
다른 모든 무용가들은 뛰기 전에 예비의 몇 동작을 거치는 것이 드러나게 마련.
그러나 그는 『다른 사람들이 지상에서 하는 온갖 고전적 동작을 압축하여 공중에서 보여줌으로써 기교와 철학이 결합된 완벽한 순간의 미를 창조한다』는 평을 얻고있다.
망명한 「러시아」의 무용가가 미국에서 지도적 위치에 올랐던 것은 드문 일은 아니다. 1910년대에 활약했던 「바슬라프·니진스키」는 지금도 비교·평가의 기준이 되고있는 신화적 존재. 50∼60년대에는 현재 「캐나다」국립「발레」단 상임연출가로 있는 「에릭·브룬」(46)이 있었다. 61년에 자유진영에 진출한 「루돌프·누레예프」(37)는 「니진스키」 선풍에 못지 않게 팔방미인의 재능을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올 봄에 「워싱턴」에서 있었던 공연에서 「바리쉬니코프」는 소년시절부터의 「레퍼토리」인 『쥐젤』과 「롤랑·프리」작 『젊은이와 죽을』을 통해서 「마르셀·마르소」이상의 「마임」과 배우적 구성력을 과시, 관중을 열광시켰다. 『젊은이와 죽음』은 인간의 존재에 대한 회의를 그린 우울하고 조용한 작품. 「바리쉬니코프」는 의자·침대 뛰어넘는 공중에서의를 연출로 그 내용을 인간의 죽음에 대한 젊은이의 분노로 표현했던 것.
「바리쉬니코프」의 장점은 그의 젊음과 천재뿐 아니라 성격자체에도 기인한다.
그는 매사에 저돌적일 만큼 적극적이고 강한 호기심과 끈기·폭발적인 「에너지」를 갖고 있다. 그가 무용을 시작한 것도 그의 성격이 크게 작용했던 때문이다.
「라트비아」의 「리가」라는 소읍에서 바느질 공을 홀어머니로 둔 그는 어려서부터 축구·「펜싱」은 물론 온갖 것에 흥미를 느끼고 열중했다. 『무엇이든 가만히 집에 앉아 있는 것보다는 낫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고 그는 「한시도 잠자코 있지 못하는 아이」였다.
특히 무용이나 연극공연에 열광했던 그는 「리가」에 있는 「발레」학교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12세이면 좀 늦은 편이었는데도 이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16세에 청소년무용대회에 초청되어 「레닌그라드」에 다녀온 후 그곳의 수준을 잊지 못한 그는 「키로프·스쿨」에 무작정 찾아가 「누레예프」와 「발레리·파노프」의 스승인 「푸쉬킨」(시인「푸쉬킨」과 동명이인)에게 제자로 삼아 줄 것을 졸랐다. <타임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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