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장 오탈자 수정, 날인 없어도 유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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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날인 없이 유언장을 수정했다 하더라도 오탈자를 수정하기 위한 것이라면 유언장이 유효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재력가 A씨는 2008년 5월 자필로 ‘OOO호 아파트는 B에게 물려준다’ 등 자녀 6명 중 3명에게 재산을 상속하는 내용의 유언장을 작성했다. 작성 과정에서 A씨는 아파트의 ‘호’자와 유언장 작성일인 ‘2008년’의 두 번째 ‘0’자를 틀려 글자 위에 각각 ‘호’자와 ‘0’자를 겹쳐 썼다.

 문제는 A씨가 2011년 11월 숨지면서 생겼다. 재산 상속을 받지 못한 자녀들이 ‘유언장을 수정하면서 날인하지 않아 무효’라며 소송을 냈다. 통상 유언장을 수정하면 민법 제1066조 제2항에 따라 수정한 부분 위에 날인을 찍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5부(부장 한숙희)는 A씨의 자녀 3명이 낸 유언무효 확인소송에서 ‘명백한 오탈자를 수정할 때는 날인이 없어도 된다’고 판단했다고 4일 밝혔다. 다만 상속 재산의 유류분을 침해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여 “재산을 못 받은 자녀에게 23억8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법무법인 한중 홍순기 대표변호사는 “두 번째 ‘0’ 자리엔 누가 봐도 ‘0’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만약 마지막 ‘8’을 날인 없이 수정했다면 법원 판단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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