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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동호회] FuC코오롱 사내방송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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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내일을 여는 우리의 소리, KBN입니다." 캐주얼 의류 업체인 FnC코오롱의 임직원들은 매일 아침 8시20분에 울려 퍼지는 사내 방송의 오프닝 멘트를 들으면서 업무를 시작한다.

경기도 과천시 코오롱타워 10층에 있는 사내방송국 KBN은 1997년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사원들의 동아리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자신의 업무를 하면서 일과 후 틈틈이 방송 프로그램을 만든다. 이 방송 동아리에는 PD.아나운서.엔지니어 등 15명이 매일 저녁 이튿날 방송 내용을 다듬느라 때론 밤을 세우기도 한다.

KBN의 국장격인 마케팅팀 김정혁 주임은 "방송이 좋아 모인 사람들이니만큼 열정과 책임감은 일반 방송 못지 않다"며 "기업문화를 이끌어 간다는 자부심이 높다"고 말했다.

KBN은 하루 두 차례 방송을 한다. 아침에는 회사 소식을 들려주고 점심시간엔 요일별로 여러 장르의 음악방송을 한다. 단순히 음반을 올려놓는 것이 아니라 주제별로 대사를 곁들이는 일이라 음악을 고르는 일과 적절한 배경설명을 다는 것이 쉽지 않다.

이달에는 '사랑'을 테마로 한 음악을 내보내고 있다. 김 주임은 "음악방송을 맡는 아나운서들은 종종 팬레터를 받는다"며 "일하는 자리에서 아침 방송을 듣기 때문에 청취율은 1백%에 이른다"고 너스레를 떤다.

KBN은 정규방송 외에 이웅렬 그룹 회장의 특별 강연 내용이나 사내 주요행사 등을 생중계한다. 개국기념일에는 별도의 특별 프로그램을 편성한다.

최근엔 올 8월에 내보낼 특별 드라마 제작에 여념이 없다. 회사이름에서 딴 '오롱'이란 주인공을 내세워 뮤직드라마를 만드는 일이다. '라디오드라마'를 처음 만드는 일이라 15명의 방송요원들은 시나리오를 쓰는 일에 매달리고 있다.

방송 사고도 적지 않다. "언니, 그냥 녹음하자". 지난달 초 당일 방송프로그램을 생방송하다 마이크를 들고 이야기하는 소리가 그대로 방송됐다.

현순정 아나운서는 "3년째 방송 일을 하고 있지만 녹음할 때는 지금도 입술이 탄다"며 "긴장감이 방송의 매력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하루하루 방송일이 힘들다며 동아리를 떠났던 방송OB들이 돌아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김윤하 전 방송실장은 "방송을 그만뒀지만 매일 방송을 듣다 보면 다시 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며 "아무래도 복직신청을 내야 할 것 같다"며 웃었다.

방송 동아리는 개국 5년 만에 두 쌍의 커플을 탄생시켰다. 팀워크를 이루면서 일을 하다 보니 사랑을 키울 공간이 넓어졌다는 것이다. 김 주임은 "아마도 곧 세번째 커플이 나올 것 같다"고 귀띔했다.

고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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