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모제가 암을 일으킨다"|미·영서 취 실험으로 유발 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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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우리 생활 주변의 각종 물질이 발암성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이때 이번에는 머리를 염색하는데 사용되는 염모제 (머리털 염색약)가 발암물질로 혐의를 받고 있다.
최근 미국과 영국에서 크게 문제가 되고 있는 머리염색약은 이미 실험을 통하여 실험용 쥐에 종양을 일으키는 것이 인정되었으며 발암성과 관련이 깊은 돌연변이의 유발도 확인되었다는 것.
미국 「포라즈· 우드」 연구소 암 「센터」의 「베니트」 박사와 「캘리포니아」대학 「에임즈」박사는 각각 독자적인 연구로 머리염색약이 「살모네라·디휘무리움」균에서 유전적 변화 즉 돌연변이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밝혀 냈다.
「에임즈」박사가 개발한 세균 검사법은 동물실험보다도 신속하고 간단하여 많은 연구자들이 중요한 예비 검사법으로 이용하고 있다.「베니트」 박사는 염모제에서 발암성은 확인되지 않지만 돌연변이를 유발시키는 물질이 많은가 하면 또 돌연변이는 일으키지는 않지만 발암성 인 것도 있어 발암성과 돌연변이의 관련을 두고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실제 미국에서 시판되고 있는 16종의 머리염색약을 검사한 결과 9종이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것으로 밝혀졌다는 것이다.
돌연변이는 간으로부터의 화합물에 의해 대사의 활성화가 이루어짐으로써 일어나는 것인데 머리염색약의 주성분인 「니트로·메닐렌디아민」이 대사에 작용, 돌연변이를 일으켜 염색체의 기형을 초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머리염색약은 피부를 통하여 흡수되어 사용자의 오줌에서 발견된다는 것이다.
머리염색약의 발암성은 그 수요가 적지 않은 우리 나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로 백발을 검게 물들이기 위한 목적으로 이발소나 가정에서 널리 이용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4개「메이커」에서 11개의 제품을 시장에 내놓고 있으며 연간 생산액만도 2억여 원에 달한다. 국내제품의 주성분은 「마라·페닐렌디아민」으로 되어 있다.
한국원자력병원 암 병리 연구실장 윤탁구 박사는 세균검사법에서 돌연변이가 확인되고 동물실험에서 발암성이 인정된 점으로 보아 머리염색약의 발암성은 충분히 문제가 된다면서 국내에서 수요가 적지 않은 머리염색약에 대한 안정성 검토가 시급하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이번 말썽이 된 「니트로·페닐렌디아민」이 국내 제품의 주성분인 「마라·페닐렌디아민」과 약간 달라 일단 실험을 해봐야 알겠지만 과학적 구조나 성질이 비슷하고 똑같은 작용과 효과를 위해 사용되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발암성이 거의 확실시된다고 윤 박사는 말하고 있다.
외국에서는 세균검사만으로 돌연변이 유발만 인정이 되더라도 사용을 규제하는데 동물실험까지 확인이 되었다고 하면 최소한 국내에서 세균검사만이라도 조속한 시일 안에 해야 할 것이라고 윤 박사는 말하고 있다.
특히 머리염색약은 일상생활에서 꼭 필요한 것도 아니면서 사회적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어 돌연변이 유발 여부를 검토하여 발암성이 인정된다면 폐기하든지 다른 성분으로 바꾸어야 될 것 같다. <김일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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