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품종개량>(5)-미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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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0세기 최대의 업적은 「암스트롱」 「앨드린」의 달 정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쌀을 주식으로 하고 있는 10억의 「아시아」 인들에게는 「기적의 볍씨」 IR-8 개발·보급이 이보다 더욱 뜻 있는 성과라고 서슴없이 지적하고 있다.

<일반 벼보다 30% 증수>
IR-8은 바로 녹색혁명을 가능케 했기 때문이다. 「보르그」 박사의 신품종 밀, 「비첼」박사의 IR-8 등 신품종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은 나라는「파키스탄」이다.
67∼69년 사이에 60%의 밀 증산을 기록했고 69년부터는 쌀 수출국으로 탈바꿈했다.
IR-8은 우리 나라에 건너와 IR-667(통일벼)을 낳았다. 1천 5백년 벼농사 기간 중 가장 큰 업적이라 할 수 있다.
농촌진흥청 벼 육종연구관과 서울대 허문회 박사에 의해 IR-8×일본품종(유가라)×대만품종(대중1호)의 원친 3원 교배에 성공한 것이다.
IR-667이 나오기까지 국내에서는 근친교배에 의한 신품종 개발만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었으며 그나마 품종개량 사업도 부진, 「관옥」등은 농가 보급 당해년도(72년)에 다시 폐기시키기도 했다.
73년부터 농가에 본격적으로 보급된 IR-667, 즉 통일벼는 추위에 약하고 밥맛이 없는 등 단점도 있지만 수확량은 확실히 많아 작년에는 전국 15만ha에서 단보 당 평균 4백 75kg을 기록했다.
이는 일반벼 보다 20∼30%가 증수된 것이며 벼농사 사상 처음으로 단수 4백kg 고비를 넘기게 한 품종이 됐다.
통일벼 개발을 계기로 벼 육종 분야도 크게 활기를 띠어 올해는 다시 통일의 형제간인「조생 통일」과 통일의 6촌인「유신」 개발에 성공, 밥맛이 없고 추위에 약한 통일벼의 약점을 「커버」하게 됐다.

<천 5백년 동안 개량 없이>
유신(이리 317)벼는 통일의 아들 IR→667→98→2→3→2→3에 「진홍」을 교배시킨 것으로서 수확량도 통일벼 보다 13%나 증수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신품종 개발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쌀 생산성은 일본의 그것에 비해서는 10%이상 뒤떨어지고 있다.
74년 현재 일본의 쌀 단수는 4백 15kg으로 우리의 3백 69kg에 비해 12·5%나 앞서고 있다.
물론 토양이 다르고 토지기반 조성 등도 미흡하다는 것 등이 근본이유이겠지만 품종개량사업이 그만큼 뒤지고 있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우리 나라에서 쌀 농사가 시작된 것은 백제 다루왕 6년부터.
1천 5백여년 동안 품종개량 하나 없이 농사짓다가 1906년 농촌진흥청의 전신인 「권업 모범장」이 설치됨으로써 비로소 벼 품종개량에도 관심을 가져 사상 처음으로 일본서 개량종을 도입했다는 기록이다.
우리 기술진에 의해 시도된 벼 품종개량은 1933년에 시작한 「팔달」 개발.

<장려 품종 재배 적극 권장>
11년만에 성공한 팔달은 44년부터 농가에 보급,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남·충남·경북 등지에서 재배되고 있다.
팔달 이외 전국적으로 재배하고 있었던 벼 품종은 약 40여종.
통일벼 개발의 성공을 계기로 정부는 수확량이 적고 각종 병충해에도 약한 품종은 정리키로 하고 74년에 처음으로 14종의 볍씨를 장려 품종, 7종을 준장려 품종으로 지정, 이들 품종만 재배토록 적극 권장하고 있다.
현재의 장려품종은 국내산인 농백·신2호·진흥·재건·수성·농광·통일·팔굉·만경· 팔금·밀성과 도입종인 「시로가네」·「아끼바레」·「사드미노리」, 그리고 올해 새로 지정된 조생통일·영남조생·유신 등 17종이며 팔달·「김마제」·「쥬우꼬꾸 41호」·「후꾸노하나」·「미네히가리」·밀양 15호·밀양 22호 등 7종은 준장려 품종으로 지정돼 있다.
일본의 벼 육종 전문가 태전 박사의 연구결과에서도 밝혀졌듯이 통일이 다수확성 품종임에는 틀림없다.
때문에 많은 농민들이 『소출이 많은 통일벼 재배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지만 찰기가 자르르 흐르고 밥맛이 좋은 「한국쌀」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신품종 유신은 농가보급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아직은 잘라 말하기 어렵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새 볍씨가 하루 속히 개발돼야 할 것이다.
새 볍씨는 수확량이 많고 병충해·냉해에 강하고 또 밥맛이 좋은 3가지 조건을 동시에 충족시켜 주는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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