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세 소년 유괴 돈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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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광주】지난달 24일 하오9시쯤 극장구경을 간다며 집을 나간 뒤 13일째 행방불명된 나주 무진「택시」사장 명삼섭씨(45·전남 나주군 나주읍 금성동43의2)의 둘째 아들 재응군(11·나주국민학교 3년)집에 현금 1천3백만원을 요구하는 협박편지가 날아들어 6일 경찰은 재응군이 유괴된 것으로 보고 공개수사에 나섰다.
재응군의 아버지 명씨는 이날 범인수사에 현상금 30만원을 걸었다.
재응군 가족들에 따르면 재응군은 지난달 24일 하오 집에서 3백m 떨어진 나주극장에 간다며 대문 밖을 나간 뒤 골목입구에서 집마당에 있는 형 재준군(17·나주중 3년)의 이름을 두 차례나 찢어지는 외마디 소리로 불러 재준군이 뛰어나가니 이미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는 것.
지난달 28일 하오 5시쯤 명씨에게 배달된 협박편지에는 『재응이는 우리 10명이 데리고 있다. 당신재산이 1억원은 되니 현금 1천3백만원을 28일 반 12시까지 나주읍 중앙동 동아약국 앞 공중전화 「박스」안에 갖다 놓으라. 이 사실을 경찰에 알리면 재응이에게만 불리하다』고 한글로 적혀있었고 발신인은 「나주 김경원」으로 돼있었으며 동일자 나주우체국 소인이 찍혀있었다.
명씨는 이날 밤 현금3만원과 『돈 준비가 덜 됐으니 다시 연락해 달라』는 「메모」를 협박편지에 적힌 장소에 놓고 잠시 기다리다 집으로 돌아와 두 시간이나 지나도 소식이 없어 다시 현장에 가보니 돈 등이 그대로 있었다는 것.
또 지난 4일 하오 3시쯤 명씨 집에 전화가 걸려와 수화기를 드니 녹음「테이프」에서 나는 듯한 재응군의 목소리로 『왜 나를 안 찾아』하는 말이 10초간 격으로 애타게 세번 들린 뒤 전화가 끊어졌다는 것이다.
경찰은 명씨 집안 사정을 잘 아는 불량배와 사업에 얽힌 원한관계 등 광범위한 수사를 펴 용의자 20여명의 필적감정을 의뢰했으나 7일 현재 아무런 단서를 잡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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