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동인의 안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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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의 경제동향은 여러 모로 이상현상을 시 현하고 있다. 관 주도의 각종 가격인상조치가 잇따른 뒤를 이어 생필품을 비롯한 중요상품가격이 급격하게 치솟고 있다. 뿐 아니라 거액의 부동자금이 부동산·주식 등으로 몰리는가 했더니 곧 뒤이어 토지와 주식시세는 상승세가 일단 꺾여 다시 떨어지고 있는데 반해서 금·암「달러」시세는 요 며칠 새 급속히 오르고 있다.
또 사채를 얻기도 힘들뿐만 아니라 이율도 월5%까지 치솟고 있다 한다. 이러한 이상현상이 왜 일어나고 있는지는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으나 국민의 심리에 내재된 어떤 불안감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자본 제 경제의 운동양식을 지배하는 궁극의 동인은 소비성향 투자성향 유동성 선호 등 모두가 심리적인 것이므로 경제의 안정과 성장에 있어 심리적 성향의 안정을 확보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만일 정상적인 심리적 성향에 충격이 가해 질 때 투자성향이 위축되거나 소비성향이 자극 받을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정세의 불안은 금리를 포기하더라도 현금을 보유하고자 하는 충동을 자극하는 것이다. 근자의 이상현상은 바로 정상적인 심리적 성향을 왜곡시키는 충격 때문에 파생되는 것이 아닌지 깊은 검토를 필요로 한다.
안정이 보증된 상황에서는 토지와 주식은 장기적으로 불가피하게 그 가치가 상승세를 유지한다는 것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포기하려는 단기적 시각이 우세해지는 이유를 찾아야 한다. 그 이유는 어쩌면 금·암「달러」등 시세의 급속한 상승에서 찾아질 수도 있다.
왜 금·암「달러」를 선호해야만 하는 것인가. 그것이「인플레」정세 때문이라고 간단히 보아 넘길 수는 없다. 왜냐하면「인플레·헤지」를 위한 것이라면 토지나 주식보다 유리할 것이 없는 금·암「달러」를 구태여 매점 하려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또 사채금리가 급속히 오로는 이유도 같은 차원의 것이 아닌지 검토해 보아야 한다. 물론 재정적자를 「커버」키 위한 금융긴축이 계속되고 있는 것 위에 국제수지적자폭 확대 때문에 외환부문에서 환수되는 통화압력이 크기 때문에 시중 자금사정이 어려워져 사상금리가 오르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며칠 사이에 사상금리가 크게 오르고 있다면 그 원인을 반드시 시중자금사정 때문이라고만 보아 넘길 수 없다는 것이다. 근자 1만원 권이 차차 귀해지고 있는 이유는 현금보유성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월 5%의 금리를 주지 아니하면 현금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상황은 금리현실화 이후에 없었던 현상인 것 같다는 것이다.
확실히 무엇인가 경제를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안정제가 필요한 것 갚다. 부동산투기를 조장해서는 아니 되겠지만, 부동산을 소유하는 게 불안감을 갖도록 해서는 경제가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는 장기계획을 전제로 하는 민간투자도 위축월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이 시점에서 경제의 이상반응을 진정시키기 위한 심리적 안정감을 재생시키는 작업이 서둘러져야 하겠다는 것이다.
제반상황이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경제적으로는 더욱 안정이 될 수적인 것이다. 위기의식이 자신감으로 전환되기보다는 패배주의로 흐르는 경향은 모두가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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