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한국을 경시 못한다"-일시 귀국한 함병춘 주미대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한국정도의 발전을 이룩한 나라가 공산권에 들어갈 때 서방진영에 대한 타격은 클 것이며 미국은 한국에서의 국가이재 때문에도 우리를 경시할 수가 없게 되어있다』.
공산군공세에 시달리는 월남·「크메르」에 냉담한 미국이지만 한국에는 얘기가 다르다는 함병춘 주미대사의 판단이다.
북미·중남미 공관장회의에 와있는 함 대사와의 1문 1답을 옮긴다.
―인지사태에 고무되어 북괴가 대남 공세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미국이 보는지.
『미국의 공식견해는 없으나 「포드」 미 대통령이 적성국가들은 인지사태를 가지고 미국의 의지와 공약을 과소 오해 말라고 강조한 것은 의의가 있나. 공산세력과의 대결을 어느 한 지역에 국한시킬 필요는 없다.』
―주한미군의 증감 가능성 여부.
『미국이 이 정도의 상황에서 병력을 늘리는 조치를 취하겠느냐는 것은 지구·소모전에 저항감을 나타내고 있는 미국여론에비추어 어려울 것이다. 주한 미군의 증강은 당장은 없을 것이다.』
―미 의회 분위기와 관련된 대한 군원 전망.
『미 여론엔 여러 갈래가 있어서 민주주의 이상을 내세우는 경향에 못지 않게 국가이익 우선 경향도 있다.
역경 속에 처해있는 나라에 소위 미국이 말하는 민주주의를 기대한다고는 보지 않는다. 문제는 우리가 이 상황을 얼마나 잘 헤쳐나가느냐가 중요하다. 미국은 성공하는 사람은 더 도와주고 실패하면 돕지 않는다.』
―북괴침공이 있을 때 미국은 즉각 개입할 것이라고 보는가.
『군사개입까지 포함해 반드시 도울 것이다. 6·25 이후 계속돼온 전쟁상태 속에서도 민주주의와 경제 및 반공의식은 줄곧 신장돼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국민은 쓸데없이 불안해하지 말고 자신을 갖고 안보·국방과 아울러 민생·경제발전에 스스로 노력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월남에 대한 미국의 재 개입가능성은.
『월남에 대한 어느 정도의 공약은 있으니까 월남이 어떤 상황에 빠지더라도 내버려둘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또 미국여론이 다시 재 개입 쪽으로 들고 일어설지도 모르는 일이므로 미국은 군사적 재 개입을 전제로 한 지속적인 예비대책은 세워놓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남규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