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점에 선 현대경제학 미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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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세계경제의 장기침체가 심화되면 될수록 현대경제학의 무능에 대한 비판이 비례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현재 세계경제의 양원지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은 실업율 8%를 돌파한 대운실업과 연10%가 넘는「인플레」로 신음하고 있다. 미국경제가 큰 병을 앓고 있는 것이다.
미국경제의 중증은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빈사직전의 미국경제를 어떻게 회생시킬 것인가에 대한 처방을 현대경제학이 못 내고있는 것이다.
미국엔 저명한 경제학자와 방대한 조직을 가진 연구기관이 하늘의 별처럼 많지만 현재 미국경제의 중증에 대해선 속수무책이다. 여기에 바로 현대경제학에 대한 반성과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지난 60년대에 각광을 받았던 경제성장론은 7O년에 들어 빛을 잃고 이에 대신할 새 학문적 주류가 나오지 않고 있다.
60년대에 경제학은 계산적 분석방법을 도입하면서 기술적으론 눈부신 발전을 이룩했다. 이론구축이 훨씬 정밀화하고 다양해졌다. 수학이라는 도구의 도입으로 경제학은 도시문제·흑인문제·교육문제에까지 계산적 접근을 시도, 영역을 넓힌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학의 기술적 진보가 경제학의 참된 대상인 경제문제에 큰 도움을 못 주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죽 경제학이 그동안 진보했다고 하지만 이론을 위한 이론, 분석을 위한 분석에 그치지 않았느냐는 반생이 당연히 제기된 것이다.
사실 그동안 경제학은 실험실 속에 안주할 수 있는 여건에 있었다.
미국경제가 큰 탈없이 운항되었기 때문에 경제학자에 대해 절실한 조언을 기대할 필요가 적었다는 이야기다. 경제학자들이 마음놓고 이론의 정교화에 정진할 수 있도록 경제학의 봉상인 경제자체가 「스무드」했던 것이다.
그러나 73년 중동전을 도화선으로 한 석유파동과 또 이에 따른「슬럼플레이셔」은 실험실 속에 있는 경제학자를 끌어내어 처방전을 써내도록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미국의 대량실업과「인풀레」는 진짜 경제문제이긴 하지만 그 원인은 정치적 문제라는데 경제학자들의 고민이 있다. 석유만 해도 정치적 경제재로서 경제학적 접근 만으로선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그 동안의 큰「이슈」였던「달러」파동, 금·식량파동 등도 그 원인이나 해결방안은 정치적 계산없인 불가능한 것이다.
그동안 경제학자들은 정치적 측면은 경제학의 성역을 넘는 것이라 하여 애써 다루기를 피해왔다.
그러나 현재 우유파동으로 7백만의 실업자가나고 물가가 연솔D%이상으로 폭주해도 그것은 경제학의 취급분야가 아니며 경제학의 과제는 정치적 문제를 사상하고 오직 경제 논리적 측면에서만 해답을 구하는 것이란 변명이 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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