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못 넘은 「사랑 30년」|미 티트 제독·소 여우의 비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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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45년 당시 소련 외상 「몰로토프」 주최의 미·소 친선 「파티」에서 미국의 해군장교와 유명한 소련 여우가 서로 알게 되었다. 여우는 「조야·효도로바」로 당시 33세, 10여 편의 작품에서 주연한 인기배우였다.
한편 미 해군장교는 「잭슨·티트」대령으로 당시 그녀보다 14년이 위인 47세. 「티트」는 소련기에 의한 일본 폭격계획에 조언을 하기 위해 당시 「모스크바」에 파견되어 있었다.
「효도로바」와 「티트」는 국경을 넘은 뜨거운 사랑에 빠졌으나 전쟁종결과 더불어 헤어져야만 했다. 이때 「효도로바」는 잉태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전쟁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아들을 낳으면 「빅토르」, 딸이면 「빅토리아」로 이름짓기로 약속하고 헤어졌다.
『이젠 참 멋진 이야기가 아니겠어요』라고 63세의 할머니가 된 「효도로바」는 최근 「모스크바」 자택에서 서방측 기자에게 이같이 말하였다.
45년 가을 「티트」에게 작별하던 날 「효도로바」는 지방 공연길을 떠났고 같은 날 「티트」도 비행기로 귀국했다. 「반갑지 않은 인물」이라는 딱지가 붙은 채 강제 귀국이었다. 귀국한 「티트」는 몇 십 통의 편지를 「효도로바」 앞으로 띄웠으나 그녀에게 닿은 편지는한 통도 없었다. 「효도로바」는 아무하고도 결혼하지 않았었고 딸 「빅토리아」를 낳자마자 곧 체포되어 「스파이」죄로 사형이 선고되었다(후에 25년 금고로 감형). 「티트」와의 사이에서 난 젖먹이인 「빅토리아」는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에 살고있는 계모에게서 자랐다.
「효도로바」는 건설현장 또는 동광에서 육체노동을 강요당해 끝내 견디기 어려운 나머지 「스타킹」으로 목매어 자살을 기도한 일까지 있었다.
55년 수용소로부터 석방되어 딸과 재회하고 은막에 「컴백」했다.
딸 「빅토리아」도 모친영향으로 영화계에 들어가 29세인 오늘날까지 도합 19편의 영화에 출연하고 있다. 한편 귀국한 「티트」는 「효도로바」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의 출생도 모르는 채 20년 가까운 세월을 보냈다.
그녀는 59년 「모스크바」의 미국 박람회 때 어떤 미국인 경비원에게 신상이야기를 하고 옛 애인을 찾아달라고 의뢰한 것이 주효되어 지금은 예비역 해군소장인 「티트」의 거처를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효도로바」로부터 최근 보내온 편지는 『그때나 지금이나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에는 조금도 변함이 없어요. 우리는 누구에게도 해를 끼침이 없이 오직 서로가 사랑하였을 따름 아니에요』라고 했다.
【K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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