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억류 선교사 공개한 날 미사일 발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북한에 억류 중인 김정욱 선교사가 27일 평양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 선교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들어간 다음 날인 지난해 10월 8일 체포됐으며 반국가 범죄 혐의에 대해 사죄한다”고 말했다. [평양 AP=뉴시스]

북한이 27일 오후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4발을 동해안으로 발사했다. 국방부 당국자는 “북한이 이날 오후 5시42분부터 강원도 깃대령 일대에서 북동 방향 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4발을 발사했다”며 “사거리는 200㎞ 이상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이 미사일이 스커드 계열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추가 발사와 도발에 대비해 감시태세를 강화했다. 북한의 스커드 미사일 발사는 2009년 이후 5년 만이다.

 군은 지난 24일 밤 서해상에서 북한 경비정이 북방한계선(NLL)을 세 차례나 침범한 데 이어 이날 미사일을 발사한 배경을 분석 중이다. 군 당국자는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행사로 남북관계의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는 상황에서 군사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며 “예년에 비해 공군 등 군사적 대응 훈련이 줄어든 상황에서 한·미 연합훈련인 키리졸브(KR) 훈련에 대한 반발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동해와 서해에 배치했거나 실전배치를 앞둔 미사일의 시험발사를 수시로 진행하지만 발사 시점이 화전(和戰) 양면전술일 수 있다는 뜻이다.

 김장수 청와대 안보실장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상황을 보고하고 예정됐던 UAE 왕세제 만찬 참석 일정을 취소했다.

앞서 북한은 이날 자신들이 억류한 한국인 선교사 김정욱(50)씨의 기자회견을 열어 ‘반국가 범죄’를 자백하도록 했다. 김씨는 기자회견에서 “남한 정보당국의 조력을 받아 성경 등을 갖고 중국에서 평양으로 들어온 다음 날인 (지난해) 10월8일에 체포됐다”며 “북한 체제를 전복하려는 범죄를 저질렀다고 밝혔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그는 또 “내가 한 일은 북한 체제에 반하는 것”이라며 스스로를 ‘범죄자’라고 칭했다. 또 “나는 여러 표현을 이용해 북한 정권을 비난하고 모욕하기도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자신이 건강하다는 사실을 가족들에게 알리고 싶어 기자회견을 자청했다는 그는 “어떤 처벌을 받을지 모르겠다”며 북 정권에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청했다.

북한 당국은 김씨의 기자회견 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기자회견 영상도 공개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우리 공화국 경내에 침입한 남조선 정보원 첩자가 체포됐다”고 밝혔으나 신원은 공개하지 않았다. 당국은 북한이 밝힌 인물이 김씨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침례교 소속인 김씨는 2012년 10월 단둥에서 은신처에 숨겨줬던 탈북 여성 12명이 중국 공안에 잡혀 북송되자 이들의 안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평양에 갔다고 한다. 김씨는 2007년 무렵부터 단둥에 머물며 탈북 주민들을 지원하고, 이들이 제3국을 통해 한국에 갈 수 있도록 도와 왔다.

 북한이 김씨의 기자회견을 공개한 건 2012년 11월 북한 당국에 체포된 뒤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씨와 함께 김씨 석방을 놓고 협상카드화하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한편으론 남북대화를 이어가면서도 김씨 억류 문제를 대남·대미 협상에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계산을 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김씨의 송환을 촉구했다. 통일부는 “우리 국민을 일방적으로 억류한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정부가 여러 차례 우리 국민의 신원 확인 및 석방·송환을 요구했는데 무반응으로 일관하다 오늘에서야 우리 국민의 신원을 공개한 것은 인도주의에 정면으로 반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정용수·유지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