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맞고 오리걸음 하는 텔레마케터 영상 공개되자 분노 폭발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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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이 적다는 이유로 팀장에게 상습 폭행을 당하는 텔레마케터들의 영상이 공개되자 시민들은 분노했다. 피해자들을 보호하고 가해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이 빗발쳤다. 그런데 정작 정부 기관들은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수사도 6개월 넘도록 지지부진한 상태. JTBC 탐사플러스는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정부의 관심을 촉구하면서 추가로 입수한 텔레마케터 학대 동영상을 공개했다.

다음은 보도내용.

[기자]

서울 시내 한 사무실에서 텔레마케터들에게 가해진 충격적인 폭행

[A 팀장 : 똑바로 서! 넷, 다섯, 여섯.]

계속된 폭언.

[A 팀장 : 팀 매출이 '0'이라는 게 너무 화가 나는 거야. 사람 취급을 안 받아야지만 서로가. 서로가.]

그리고 가혹행위까지.

[자연의 봄은 어김없이 오지만, 인생의 봄은 만들어야 온다.]

인터넷에선 가해자의 처벌을 요구하는 댓글들이 줄을 이었고, 시민들은 분노했다.

[전수경/서울 강남구 : 좀 충격적이에요. 회사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게 좀….]

[백한별/경기도 남양주 : 너무 충격스럽고, 보는 내내 심장이 계속….]

[방기태/변호사 : 이런 사회적 약자에 대한 피해는 우리 사회가 공익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많은 시민들은 이런 무자비한 학대를 하는 사람이 왜 법적 처벌을 받지 않느냐고 따졌다.

탐사플러스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폭행 피해를 본 텔레마케터 4명은 지난해 7월 A 팀장을 경찰에 고소했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A팀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서울 동부지검에 신청했다.

그러나 검찰은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A팀장의 개인 신상에 관한 문제와 경찰 수사가 미진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결국 피해자들이 수사기관의 문을 두드린 지 6개월이 넘었지만 아직 A팀장은 재판에 넘겨지지도 않았다.

A팀장은 오히려 피해자들을 공갈 등의 혐의로 경찰에 맞고소까지 했다.

그런데 취재진은 텔레마케터들이 다니는 회사의 다른 팀에서도 가혹 행위가 있다는 제보를 입수했습니다.

[김00/A팀 직원 : 00를 엄청나게 머리로 주먹으로 막 치면서, 막 뺨 때리면서, 발로 치면서 했었거든요? 머리 막 헝클어질 정도로.]

취재진이 입수한 영상에서도 또 다른 팀원이 가혹 행위를 당하는 듯한 장면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4월 16일 A팀의 사무실.

학대를 당해온 A팀 직원 사이에서 B팀 직원이 보입니다.

[A 팀장 : 언니들 벌 서는 거 봤지?]

잠시 후 B팀 여직원이 A팀원들과 함께 오리걸음을 합니다.

이 여성은 다리가 아파 제대로 걷지 못할 때까지 벌을 섭니다.

스스로 뺨을 때리는 모습도 지켜봅니다.

[해이해지지 말자. 해이해지지 말자.]

과거 B팀에서 일했던 다른 직원도 가혹 행위가 있었다고 말합니다.

[B팀 전 직원 : 방에 들어가서 물건 던지는 소리 나고 '빨리해, 얼른해' 그러고. 억압적인 분위기에 위축되더라고요.]

취재진이 현재 B팀에서 일하는 직원에게 학대 여부를 물었지만 가혹행위가 아니었다고 말합니다.

[B팀 직원 : 다이어트한다고 다른 식의 운동들도 복도에 나와서라든가 많이 했어요. 그중의 하나라고 그냥 보는…그냥 봐주는 것이죠. 그걸 갖고 가타부타할 게 뭐 있어요.]

팀장 또한 가혹행위 의혹을 강력히 부인했습니다.

[B 팀장 : 사건이 벌어진 팀 측을 그 친구가 봤을 수도 있고 오해할 수 있기 때문에 저희는 그런 일이 없습니다.]

서로 주장이 엇갈리고 있어 철저한 규명이 필요한 대목입니다.

이러한 가혹행위가 비단 이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제보가 잇따랐습니다.

[금융사 텔레마케터 : (여직원에게) '그럴 거면 식당가서 설거지나 하라'고말하고. 남자애가 일을 잘 못하면 옥상 가서 조인트를 깐다거나...]

이런 폭력에 침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보험사 텔레마케터 : 절대 권력이죠.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DB라고 하는데 그걸 주는 사람이 실장(팀장)이기 때문에. 죽으라고 하면 죽는 시늉까지 해야 하는. 안 그러면 저희는 기본급이 없기 때문에 월급을 못 받잖아요.]

영상 속 피해자 중 한 명인 박 씨는 초등학생 아이를 책임져야 하는 엄마로서 회사를 그만두기 쉽지 않았습니다.

[박00/폭행 피해자 : 저희 애를 데리고 벌을 세웠는데 12월, 1월 한참 추울 때 매출이 안 나오니까, 때리는 걸로 안 되니까 애를 빌미로 더 협박을 하기 시작하는 거예요.]

보도 직후 해당 회사는 파문에 휩싸였습니다.

회사 본부장은 곧바로 사직했고, 사장도 회사 내 폭행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 방지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업체 사장 : 정신적이건 육체적이건 어떤 것에 대해서든 분명히 최대한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고, 보상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할 것이고….]

고용노동부는 당초 피해자들을 근로자로 볼 수 없어 조사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파장이 커지면서 다시 이번 사태를 점검하기로 했습니다.

매 맞는 텔레마케터, 전해드릴 때마다 정말 충격적인 사건입니다.

고용노동부, 경찰 더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촉구합니다.

홍상지·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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