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육성 회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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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어린 시절에 경험한 심리적·정신적 충격이 성장후의 인격 형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모든 심리학자들의 공통적 지적이다. 「프로이드」는 물론 「장·피아제」 같은 아동 심리학자도 발달 심리의 측면에서 어린이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어린 시절에 경험한 공포·수치·증오·애정·비탄·분노의 감정이 무의식 속에 잠재하여 훗날에 두고두고 되살아나 사회 활동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그것은 살인·강도와 같은 강력 범죄의 양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고 「노이로제」·조울증·소외감·피해 망상 등 정신 질환의 형태로 표출될 수도 있다고 한다. 요컨대 개인을 병들게 하고 사회를 불행하게 하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우리 어린 세대들이 매일처럼 학교 주변에서 겪고 있는 심리적, 갈등, 정신적 상처에 상도 할 때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공납금을 제 때에 내지 않는다고 교사가 학생을 매질한다, 교실 안에서 부유층의 아동과 가난한 집 아동이 교사로부터 차별 취급을 당한다, 일부 특수 사립 국민학교의 아동이 공립학교 학생들을 깔본다, 음성적으로 교사가 잡부금을 강요한다, 특수층의 일부 어머니들이 학동들의 눈에 거슬릴 정도로 교사들을 대접한다는 등등의 소문들이 현실적으로 우리 어린이들의 마음의 상처를 얼마나 심화하고 있는가.
그렇기 때문에 『학교 안의 잡부금 징수를 근절하여 교육 풍토를 정화하고 학부모의 자진 협찬으로 교원의 처우 개선과 학교 운영의 재정적 지원을 기하자』고 1970년에 학교 육성회가 설립되고 육성 회비 제가 마련 됐던 것이다.
그 육성회를 운영한지 5년. 그 동안 과연 학교 주변을 시끄럽게 하던 잡음들은 없어졌는가. 어린이들은 「돈」 때문에 입었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었는가.
대한교련은 최근 이런 질문에 대답하듯이 『학교 육성회 운영 정상화를 위한 건의서』를 문교부에 내놓고 있다.
이 건의서는 회비의 등급제를 지양하고 한도액제로 하되 지난 5년간의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여 회비를 현실화할 것을 비롯하여 회비의 한도액과 연구 보조비의 최저 기준액을 문교부가 정할 것, 그리고 교원 연구 보조비의 지역·학교·학급간 격차를 줄이되 교사 1인당 최저 월 1만원 이상을 지급토록 할 것 등을 주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실시되어온 등급별 회비 납부의 방식은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 능력을 고려한 면에서 일단 타당성이 인정됐다. 그러나 부담 능력을 평가하기가 사실상 어려울 뿐 아니라 어린이들의 우열 의식을 조장할 수 있는 비교육적 요인으로 비판되기도 했었다. 또 육성회가 지급하는 교원 연구 보조비도 전체적으로 너무 비현실적인 액수였을 뿐 아니라 차등 지급 때문에 특히 농어촌 교사들의 불만과 근무 의욕 감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고도 한다.
이런 실정 때문에 교련이 제기한 건의는 타당성이 있다. 교원의 처우 향상을 통한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해서도 그것은 바라직하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73년에 철폐된 지방 교육 재정 교부율이 매년 저하 추세를 보여 우리의 교육 재정이 핍박화 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하고 이의 환원·상향 조정에서 해결책을 찾아야겠다.
따라서 현재 16%에 머무른 교육비를 국가 예산의 20%로 올려 할당하며 지방 교육 재정 교부율을 8% 남짓에서 적어도 13% 이상으로 환원하고 「육성 회비」라는 제도 자체를 폐기하고 「교육세」로 대치하는 등 방안의 연구가 기대됨직하다. 육성 회비 때문에 교사와 학생에게 더 이상 상처를 주어서는 안되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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